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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의 한국,

연애하기 좋은 시대이다.
휴대폰이 있으니 약속시간에 늦는 애인 걱정하며
몇 시간씩 길거리에서 초조하게 배회할 필요도 없고
메신저에 무료통화에 3G까지 등장했으니 집전화기 오래 붙잡고 있다가
부모님께 바가지로 얻어맞을 일도 없다.
러브레터 쓰느라 밤새워 머리 싸매어가며 절절한 사랑고백을 펼쳐놓은 후
다음날 아침 다시 읽어보고는 화끈 얼굴 달아오르는 부끄러움에
차마 건네주지 못하고 쓰레기통에 구겨 던져버리는 일 또한 없다는 것 역시
시대가 준 편리함일 것이다.

지금은 이별하기도 좋은 시대이다.
비 오는 밤 눈물과 빗물 범벅에 흠뻑 적셔진 얼굴로
돌아서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 필요도 없으며
헤어진 그 사람 집앞 골목길에 쭈그리고 앉아 기다리다가
집에 들어가는 어느새 낯설게 된 모습
숨어 지켜보며 자그맣게 한숨 토할 필요도 없다.
친구들을 통해 잘 지내는지 소식 전해들을 것도 없이
미니홈피 찾아가 사진첩 쳐다보며 다른 사람이 생겼나 뒤적이면 그만이고
발신자번호 확인 서비스가 있으니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혹시 그 사람은 아닐지 떨리는 마음을 다잡아가며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올 목소리를 기다릴 필요없다는 것 역시
시대가 준 편리함일 것이다.

그러나
사랑이란 것에 능률이 있고 효율이 있는 걸까.
빠르고 간단할수록, 편리할수록 그저 좋은 것일까.
우리의 편한 사랑과 편한 이별은 편리하지 않았던 과거보다
과연 아름다운 것일까.

여기 소개하는 015B의 '5월 12일'은
사랑과 이별이 편리하지는 않았던 시절의 이야기.
헤어진 연인과 처음 만났던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5월의 어느 날
지금 그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애달픈 미련을 토로하다
결국 체념으로 덮어버리는 모습은 분명 지금의 우리에겐 어울리지 않을 법한
오래된 사랑이야기 속의 한 장면이다.
그러나 그 심정이 이해가고 괜스레 마음 한켠이 뭉클해지는 것은
너무 빠른 시대의 변화에 편승하여 몸은 편함을 좇게 되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불멸의 사랑과 지고지순의 이별을 꿈꾸며 동경하는
우리 내부의 모순이 아닐까.

무려 15년 전인 1992년 발매된 015B의 3집앨범
The Third Wave에 수록된 곡이며
노래의 주인공이 매년 이맘때 그녀를 처음 만났던 그 날을 떠올리듯
나도 매년 이맘때면, 특히 오늘, 5월 12일이면 잊지 않고 15년전처럼
이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가사>
1.
오래전에 어디서 본듯한
맑은 두눈 가진 너를 처음 만난건
오늘처럼 따스한 햇살
쏟아지는 화사한 날이었어

그 시절엔 우린 몰랐었지
이렇게도 그리운 기억 가질줄
지나버린 많은 시간 속에
가끔씩은 멍하니 추억에 젖지

지금 너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궁금해도 가슴 한편에 묻어둬야 해
(아 정말 가슴 아픈 가사다ㅠ_ㅠ)

2.
내 맘속에 자꾸 떠오르는
네 생각에 편안하진 않지만
먼훗날에 얘기할 사랑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겠지

알고있니 우리가 나눴던 추억속에
가끔은 웃음짓지만
따사로운 매년 이맘때쯤
서러움에 눈물도 흘린다는 걸

지금 너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궁금해도 가슴 한편에 묻어둬야해

아물 수 없는 나의 상처에
덧없는 후회 해보지만
잊을 수 없는 너를 만난 그날은
나의 맘속에 영원히 남아 있겠지


* 5월 12일은 지금은 한사람의 아내가 되어
어디에선가 살고있는 그녀를 처음 만난 날입니다.  
(정석원의 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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