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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샤브샤브 스토리

문★성 2007.03.30 02:23 조회 수 : 252


회사에서 팀 총무를 맡고 있는지라 이런저런 공지메일을 보낼 때가 많은데
그 중 하나를 일회용으로 써먹기에는 조금 아깝고 해서 여기저기 다듬은 후 올려봅니다.
출근하기 전 아침에 후두둑 친 것이니 업무는 안하고 헛짓만 하냐고 뭐라하진 말아주시고요
뜬금없긴 하지만 이번에는 샤브샤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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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의 회식메뉴인 샤브샤브에 대해 잠깐 말씀을 드리자면,

많은 분들이 이게 일본에서 건너온 것으로 알고 계시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조선 숙종 때 정5품 교리(校理)를 지낸 김만원(金萬園)이라는 분이 지은

서식약서(暑食略書)란 책에 보면  샤브샤브에 기원에 대해 설명이 제대로 되어 있어

좀 풀어 소개를 해드릴까 합니다.  



2. 때는 통일신라시대 경문왕 통치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금은 찾아볼 수 없지만 경주 북쪽으로 약 30리 정도 떨어진 곳에

접열호(接熱湖)라는 작은 연못가 있었는데 이 연못이 매년 2~3월이면

원인을 알 수 없는 자연현상에 의해 고온으로 부글부글 끓곤 했다고 합니다.

우연찮게 이 소식을 전해들은 경문왕은 호기심을 가눌 수 없어

정월초하루를 기해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친히 탐방하였고

새하얀 거품을 일궈내며 부글대는 장경에 놀라움과 기쁨을 금치 못해 즉석에서 연회를 지시하였습니다.

순식간에 각종 음식이 궁에서 공수되어 진수성찬이 마련되었죠.



3. 헌데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경문왕은 평소에 육회를 즐긴지라 이 역시 준비가 되었는데

30리가 넘는 흙먼지 자욱한 촌길을 거쳐왔고 날씨도 때마침 더웠기 때문에

육회가 그만 시들해져버리고 만 것입니다.

그것도 모르고 시중들은 그냥 이를 상에 올려버리고 말았고  

이를 한 점 들어본 왕은 그 부족함에 격노하여 접시채로 연못에 던져버리고는

음식을 담당하는 숙위관(宿衛官)을 불러 책임을 묻고자 하였습니다.



4.  이 때 사부(師傅) 벼슬을 맡고 있는 유창섭(柳昌燮)이라는 신하가

연못에 던져진 육회가 보기좋게 익어 연못 위에 둥둥 뜨게 된 것을 보고

기이히 여겨 한 점 건져내 맛을 보았는데 그 맛이 생전 경험하지 못한 오묘하고도 신기한 맛이었습니다.

이에 유창섭은 고기들을 잘 건져내어 왕에게 바치며

오늘 숙위관의 실수 때문에 이런 신출한 요리를 발견하였기 때문에

그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간언하였습니다.



5. 경문왕은 이를 맛본 후 혀 위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독특한 미감에 감탄에 감탄을 거듭한 후

웃으며 숙위관을 용서하였고 사부(師傅)가 한 사람의 죽음을 부정하기 위해 바친 요리라 하여

음식의 이름을 사부사부(師傅死否)라 칭하였습니다.

이후 경문왕이 수시로 접열호를 찾아 이를 즐겼음은 기록된 바와 같습니다.



6.  이후 사부사부는 각종 양념과 조리법의 개발과 더불어 궁중에서도 즐겨먹는 음식이 되었고

특히 우리민족 고유의 ‘쌈’ 문화와 결합, 여러 야채와 어울리면서 한 층 다양한 면면을 과시하게 되었으며

신라말경에는 일본에도 ‘샤브샤브’란 이름으로 전해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부사부는 고려조에 접어들어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인해 그만 맥이 끊어지고 말았으며

끝내는 일제시대를 통해 되려 일본에서 역으로 전해지는 슬픈 운명을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접열호 또한 소문을 들은 백성들이 각종 고기, 야채를 마구잡이로 던져대는 통에

급기야 더이상 끓지 않게 되어 지금은 그 위치조차 묘연할 뿐입니다.



7. 뜻도 잘 모르는 ‘글로벌’을 쉬지 않게 외쳐대는 이 시대에 요리의 기원이 어디냐를 따지는 것은

어찌보면 국수주의에서 빚어진 진부함의 발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엄연히 우리나라 출생인, 그것도 멋진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음식이

이러저러한 역사적 이유로 인해 국적마저 빼앗긴채 사랑받고 있다는 것은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런지요.

이제, 샤브샤브, 아니 사부사부에게 원래 이름을 찾아줄 때입니다.  






8. 자. 각 문단 앞에는 번호가 붙어있습니다.

몇 번 문단에서 눈치채셨나요?

1번에서 단박에 알아낸 당신께 존경을 표하며 (와!)

앞의 얘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지어낸 이야기,

몽땅 다 뻥이고 샤브샤브는 일본 요리가 맞습니다.  

죄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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