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씨 참 흉악하게도 썼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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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1월 4일
답답하다. 너무도 답답하다.
나의 꿈과 이상은 나를 가둔 검은 틀을 벗어나려고 하는데
이 틀은 그것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오히려 엄청난 식칼로 도려내고 상처입히고 있다.
이젠 지쳤다. 나는 날개를 잃었다. 다 하기 싫다.
아니 할 수도 없다. 날 수 없는 나는 결국 주저앉아 울어버린다.
그러나 그 울음, 그 눈물조차도 나를 괴롭힌다.
몇번을 꿈틀대던 나의 꿈은 이제는 흔적조차 없다.
어쩔수가 없다. 살수도 없고 죽을 수도 없다.
어느새 나의 몸이 사라져간다. 다리, 팔, 허리, 가슴... 그리고
난 쓰러져 가고 있다. 아무도 날 도와주질 않는다.
그래 이렇게 끝나는 것이 오히려 행복일지도 몰라.
그래 날고 싶다. 찬란히 비치는 태양아래 활짝 웃으면서
나의 심정이다. 난 정말 지금 미치겠다. 도대체 어찌된거야. 문성은?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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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내 방에는 의자 위에 올라가야 겨우 손이 닿는 키높은 책장들이 몇 서 있고
그 머리 위에는 빨간색의 긴 박스하나가 놓여있다.
어머니가 올려놓으셨다는데 대체 무슨 힘으로 하셨는지 상상이 안 갈 정도로
아주 무거운 녀석, 내 일기장은 그 안에 보관되어 있다.
집에 내려가 침대에 큰 대자로 누으면 그 박스녀석이 정면에 보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게 되고, 가끔은 충동을 이기지 못하여 꺼내 보기도 하는데
물론 특별히 재미있지는 않다.
지금도 그렇지만 참 건조할 정도로 재미없는일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미도 재미지만,
특히 중고등학교 때 일기장에는 웬만해선 손을 대지 않는다.
거리낀다고나 할까.
일기장을 펼치면 그 곳엔
지금의 나와는 다른 어둡고 우울한 어린 모습의 내가
방 한구석에 무릎을 껴안고 앉아 슬픈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녀석을 다시 마주하는것은 못내 부담스러운 일이다.
1995년 1월 4일의 일기. 녀석이 말했다.
"답답하다. 너무도 답답하다"
"이젠 지쳤다. 나는 날개를 잃었다. 다 하기 싫다"
" 난 정말 지금 미치겠다. 도대체 어찌된거야"
저 날의 일기는 커녕 앞날과 뒷날의 일기에서도 명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는다.
여러가지로 참고 있던 것이 어떤 계기로 인해 펑 터져버린 것으로 보여지는데
꿈 얘기가 자꾸 나오는 것으로 봐서 성적 때문이 아니었을까 추측이 되긴 한다.
그렇다하더라도 아마 별거는 아니었을 것이다.
중학교 3학년 때였으니까 대학입시 같이 제법 무거운 주제도 아니었을테고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런 걸로 힘들어했나 싶을 정도의 문제들,
예컨대 숙제라거나 모의고사 성적이라거나, 반 친구들과의 관계 등
사소하다라 말할 수도 있을 그런 일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마냥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것은
그 때의 나에게 있어 그러한 작은 일들이
하늘이 갈라지고 인생이 막 내릴 듯한 위협과 절망으로 화하여 다가왔음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춘기였을 테지만, 그걸 배제하더라도 당시의 내게 세상은 무겁고 힘들고 불안했음이 분명하다.
그러고보면 지금의 나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비록 이십대 중반을 넘어선 적지 않은 나이라고는 하나
십년 뒤 이십년 뒤의 나의 눈에는 분명 어린 녀석일 테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직장이나 진로, 사람, 생활에 대한 고민 역시 그 나이쯤 되어서 보면
별거 아닌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분명히 그럴 것 같다.
이 홈페이지에서든 혹은 지금도 저 못지 않은 악필로 끄적이고 있는 일기를 통해서든
장년이되고 노년이 된 나는 이십대의 나를 보며 마치 지금의 나처럼 느끼고 생각하겠지.
그래. 여전히 세상은 내게 무겁고 힘들고 불안하다.
사람은 나이먹어감에 따라 한층 강해지고 경험많아지고 무덤덤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만큼에 딱 비례해서 세상역시 더 어려운 시련과 무게로 다가오는 것이므로
아마 일흔살의 일기에도 난 같은 량의 한숨을 토로할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것이 사는 것일테다. 인생일게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높아져가는 허들들 때문에 인생이라는 트랙을 달리는 것은
여전히 숨가쁘기만하고 십년전에도 그랬고 지금 그러하고 십년 후에도 그러하듯
수없이 걸려넘어지고 부딪혀 상처받고 괴로워할 것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생전 처음 당해보는 험로에 입이 바싹 마르고
싸우고 분노하고 이불 덮어쓰고 소리지르고 슬퍼하고 후회하고
술에 취하고 눈물 흘리는 일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장애물들을 넘는 재미에 가슴벅참을 느끼고
가끔씩 이렇게 지난 길들을 돌아보며 그 땐 그랬었지 미소한 번 얼굴에 한일자로 그어보는 것이
조물주께서 만들어놓으신 인생의 재미라 생각한다.
나이먹음에 따라 자꾸만 인생이 시시해지고 쉬워지면, 그거 좀 재미없지 않겠냐고.
무슨 맛으로 끝까지 달릴 수 있으랴.
그러니까.
방년 스물일곱의 문성,
열심히 달릴 뿐이다.
저 뒤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십년 전 땅이 꺼져라 한숨 내쉬던 까까머리 여드름 투성이의 내가 보고 있으니까.
저 앞에 초조히 날 기다리고 있는
십년 뒤 이십 년 뒤의 나잇살 먹은 중년의 내가 보고 있으니까,
보란듯이 웃으며 달리는거다.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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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혁
2006.10.15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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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
2006.10.16 08:56
응 두 사람다 감사 ㅜ_ㅜ
뭐 선물이래 봤자 물티슈 정도밖에 드릴것이 없구낭 흑흑
조낸 굴다리 밑으로 달리는거삼. 암. -
누나
2006.10.19 09:55
삼등...-.,- -
문★성
2006.10.19 20:57
어 삼등 착해라 -.-^ -
소정
2006.11.16 06:42
나도 물티슈 ㅡ.ㅡ++ -
문★성
2006.11.16 09:13
Hi!
Wet Wipes-_-는 거기서 사 쓰라 ㅜ_ㅜ
배송비가 물티슈 값 10배는 나오겠다 흑.
암튼 조낸 달려보세~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