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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미학 5부 - 오로라공주

문★성 2006.04.18 20:19 조회 수 : 340


줄거리, 전체적인 구성 따위 전혀 생각않고
손 나가는대로 키보드 두드리는 문성의 대표적 졸작. 폭력의 미학.
11개월만에 내놓는 시리즈 오편입니다.
역시 맘 내키는대로 두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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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EACE


에프킬라맨.
그것은 나의 이름.
폭력과 잔혹은 나를 수식하고
복수와 잔인은 나를 지탱한다.
어둠은 내 몸 속에 흐르는 피이며
살육은 나의 양식이자 호흡이다.

일휘소충(一揮掃蟲)
한 번 휘두를 때마다
파리들은 땅에
모기들은 벽에
머리를 짓이으며 괴로워하며

프레온가스가 자아내는 자욱한 연기
그 속에서 빛나는 나의 모습은
살충의 화신. 해충들의 악몽이다.

...

...

PEACE. 평화.
치열했던 전쟁은 그렇게 끝이났고
이윽고 벌레없는 세상. 평화가 찾아왔다.  

궁극의 '말하는 바퀴벌레' 후쿠오카는 내장파열로 숨을 거두었으며
내 팔에 에프킬라를 박아놓은 사면발이는
양콧구멍에서 에프킬라 용액을 쉴새없이 흘리어대며 아직도 병원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산화수소녀와 오대수 아줌마 역시 그 날 내게 처절한 패배를 당한 후
현역 은퇴를 선언하고 가정주부로 복귀하여 열심히 육아에 전념하고 있다는 소문.
모든게 해결 되었고 모든게 잘 풀렸다.
단 하나, 여전히 하얀 빛을 내고 있는 스댕느낌의 내 오른팔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리고 이 하나 때문에 난
예전의 나, 그러니까 버스정류장에서 그 두 아줌마들을 만나기 전의 나로
단 한 발자욱도,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가족들과 만날 수도 없고
학교로 돌아갈 수도,
친구들에게 연락할 수도 없다.

하다못해 내 손이 에프킬라가 아니라
프링글스라던가 페프리즈 였다면 조금은 나았을 것이다.
그러나 내 팔은 보잘것없는 벌레잡이 스프레이.
벌레 들끓는 여름철이 아니면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 아무도 나를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게 에프킬라맨
나의 이름이다.

그 이름을 넘어서기 위해

먼 길을 돌아
그녀 앞에
서 있다.


2. 오로라공주


"으윽"

육중한 몸이 공중에 약 4~50cm 정도 떴다가 바닥에 쿵하며 떨어졌다.
이마트에서 파는 팔천원짜리 대빗자루 헤어스타일의 오대수 아줌마다.
땅에 떨어질 때 백키로가 넘는 자기 몸무게 때문에 상당한 충격을 입어
쉽게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공교롭게도 그녀가 땅에 떨어진 자리 옆에는
역시 비슷한 충격에 쓰러져 사경을 헤매는 과산화수소녀가 숨을 헥헥하며 누워있다.
그래. 내가 이긴 것이다.
둘이 합쳐 몸무게 300키로라는 공포의 아줌마들을 물리친 것이다.

"이.. 이런.. 그 때의 꼬마가.. 이렇게도..."

"어 미안해요 아줌마. 일이 이렇게 돼버렸네요. 저도 뭐 꼭 이렇게 나이드신 분들께
힘쓰기는 싫지만요 그래도 갚을 것은 갚아야죠, 안 그래요? 헤헤"

난 촐랑거리며 말했다. 입술 오른쪽이 조금 따가운게 아무래도 살짝 다친듯 했다.
혀를 내밀어 갖다대보니 피맛이 느껴졌다. 역시 만만찮은 아주머니들이었다.

"으.. 그래. 니 말도 이해간다. 나라도 그랬겠지.. 연약한 내가 원망스러울 뿐이다"

"하하. 연약하다는 말은 좀 웃기긴하지만, 뭐. 이해해주니 고맙네요"

"그래.. 넌 이제 어떡할 셈이냐"

"어떡하긴요. 후쿠오카를 잡아야죠. 이제와선 특별한 이유도 없지만 일단 그게 제가 지금 할 일이니깐요"

"그럼, 그 다음엔?"

"어... 뭐. 별 생각 안 해봤어요. 전 원래 이런 놈이라서요. 히히. 그 때 돼서 생각할래요"

"오로라 공주다"

갑자기 옆에 있던 과산화수소녀가 끼어들었다.

"예?"

"아프로디테..."

오대수 여사가 말리는듯 했으나 아프로디테, 아니 과산화수소녀는 계속 말을 이었다.

"오로라 공주를 만나라. 그녀가. 너를 고쳐줄 수 있을 것이다"

"저.. 정말요?"

"그래. 우리의 아름다운 이름을 걸고"


오로라 공주. 그녀의 이름을 들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두 아주머니들은 후쿠오카를 쓰러뜨린 후의 그의 고향으로 가라고 했다.
그리고 그곳엔 아마도 나의 팔을 고쳐줄 유일무이한 천사, 그녀가 있을 것이라 했다.
아테네니 아프로디테니 하는 전혀 얼굴과 매치가 되지 않는 이름을 거는
그녀들을 생각해보면 오로라 공주니 뭐니 하는 사람의 얼굴도 대충 상상이 갔지만
그래도 일단 가긴 가야된다.
이 아주머니들처럼 거대하다면 오히려 찾기는 더 쉬울 것 아닌가!


3. 후쿠오카의 명함

궁극의 말하는 바퀴벌레 후쿠오카를 쓰러뜨리는 것은 의외로 간단했고
녀석의 사무실을 뒤져서 오로라공주를 찾는데 있어 결정적 단서가 될 명함 한 장도 찾아냈다.

그래. 후코오카의 고향은

hook.JPG

후쿠오카였다.
제길. 생각해보지도 못했다. 생각보다 너무 쉬운 문제였군.
하기 우리도 경주댁, 안성댁 이런식으로 지역명칭을 호칭에 슬며시 껴넣어 부르기도 하는데
아마 그 짝이었나 보다.

그렇지만 불행히도 녀석의 명함엔 "고향:후쿠오카" 밖에 적혀있지 않았으므로
오로라공주를 찾기는 매우 힘든 일이 돼버렸다. 그래도 가지 않으면 안돼. 더 이상 내게 출구는 없으니까.


4. 그 집앞

나는 지금 그녀의 집앞에 서 있다.
오로라 공주의 집이다.

여기를 찾는 것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았다.
네이버 지식인에 내공 빵빵하게 걸어서 질문을 올렸더니 두시간 이십분만에 답변이 올라왔고
후쿠오카 공항에서 지하철을 타고 세 정거장을 지난 후 내리는 基山(키야마)역
맞은 편 약국을 낀 골목길로 들어가서 오른쪽 네번째 집에 그녀가 산다는 것을
아주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그녀집까지 온 것이다. 고맙게도 문패에도 '오로라 공주'라 적혀있구만.

여기까지 온 이상 망설일 것 전혀 없다. 난 무적의 에프킬라맨 아닌가.
필요한 경우엔 싸우면 된다. 난 과감하게 초인종을 눌렀다.


'♪ 에헤라디야 바람분다~ 연을 날려보자♬'

초인종소리가 특이하다. 한 번 더 눌러보았다.

'♪ 에헤라디야 바람분다~ 연을 날려보자♬'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다시 한 번 눌러보았다.

'♪ 에헤라디야 바람분다~ 연을 날려보자♬'



'♪ 에헤라디야 바람분다~ 연을 날려보자♬'



'♪ 에헤라디야 바람분다~ 연을 날려보자♬'



'♪ 에헤라디야 바람분다~ 연을 날려보자♬'

어느새 내 입에선 에헤라디야 흥겨운 노랫소리가 벨소리를
따라 흘러나오고 있었다.

'♪ 에헤라디야 바람분다~ 연을 날려보자♬'

이건 초인종소리가 아니라 내 목소리다.
호연일치라고나 할까. 난 어느새 후쿠오카 창공의 한 장 연을 날리는
황우석이 되어 있었다.


"저기요"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예쁘장한 여자애의 목소리.
노래부르며 상상의 나래 속에 줄기세포를 배양하던 나는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저희 집입니다만, 실례지만 무슨 일이십니까?"

"... 오로라.. 공주?"

"...."

"... 오로라 공주 맞죠? 제 이름은.... 제 이름은... 후지타.. 후지타 에프키라입니다,
오로라공주를 만나러왔어요"

긴장한 난 멋대로 이름을 지어내버리고 말았다. 미쳤군. 에프키라라니.

"암호는... 암호는요?"

암호라니? 그런것도 필요하단 말인가? 에라 될대로 돼라.

"에.. 에헤라디야?"

누가봐도 스타일좋고 예쁜 얼굴의 그녀는 잠시 경직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살짝 웃으며 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예. 제가 오로라공주. 본명은 후지카미 토모에에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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