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문득 내가 나이 먹었음을 실감케하는 것이
거울 속의 내 모습인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물론 1년만 하더라도 내 모습은 상당히 변할 것이다.
피부의 수많은 세포들이 죽었다 살았다 할 것이고
주름살은 패여졌다 혹은 메워졌다 할 것이다.
허나 매일매일보는 내 얼굴에서
365분의 1 만큼의 변화를 감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나이가 먹었구나 하는 걸 느끼게 해주는 것은 되려
뭔가 늙어버린 듯한 마주앉은 동갑내기 친구얼굴과
턱시도 쫙 빼어입고 실실거리고 있는 결혼식장의 신랑되는 친구놈과
사회에 대한 불만과 한숨으로 담배연기 자욱한 술집을 어둡게 밝혀가는 녀석들의 말이다.
그들의 모습이 거울이 되어
'자아 외면하지마. 너도 저만큼 나이가 들었다구'라고
귀에 울리듯이 반복해서 말해준다. 그러면, 그럴때면.
난 슬그머니 아랫입술을 지긋히 깨물었다가
내뱉듯 떼어낸 후 피식 웃음으로 답변을 대신한다.
어떤 변명도, 어떤 거짓도 생각할 수 없으니까.
비록 내가 저들과 모습과 상황은 다르다 할지라도
결국 나와 저들이 살아온 날짜 수는 엇비슷한 것임을.
그리고 저들 역시 자기집 거실의 거울이 아닌
바로 내 모습에서 나이듦을 느끼고 있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아니다.
그러나 내게도
나이 한 살 더 먹는 것이
'늙는다'라는 말의 동의어로 대체되는 순간이 올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주위 사람들이 우리들에게
'자랐다'라거나 '컸다'가 아니라 '나이 한 살 더 먹었구나'라고
말하고 우리 또한 그렇게 느꼈던 것처럼 말이다.
이를 생각하면 나는
슬퍼진다.
늙는다라 함은 적어도 신체에 있어서 만은
더 이상 오르막길을 걷는 것이 아닌
짧지만 강렬했던 젊은 날의 봉우리를 전환점 삼아
이제는 길고. 끝을 알 수 없는 내리막길을 걸어가는 것이기에.
이제는 위를 올려다보며 걷는 것이 아닌
땅을 내려다보며 걷는 것이기에.
이를 생각하면 나는
두려워진다.
내려가다가 막 산을 올라가는 지금의 나와 같은 젊은 청춘들을 보면
가슴 저밀 것이기에.
가뿐 숨을 내뱉다 문득 지나온 높디높은 봉우리를 뒤돌아 바라보며
인생의 찬란했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왈칵 눈물이 나올 것이기에.
작은 돌뿌리에 걸린 몸 하나 주체못해 흙바닥에 나뒹구는
처절한 모습을 바라보며 세상을 원망하기도 할 것이기에.
이를 생각하면 난
무서워진다.
지금 서 있는 내 신체의 정점의 순간에서
한 발 자국 딛어 아래를 내려다본다는 것과
등 떠미는 사람들틈에 끼여 원하지 않는 길을
시작해야된다는 것이 살벌한 바람이되어
마음을 쓰리게한다.
그러나 인생의 끝을 향해 내려가는 많은 사람들은
이런 슬프고 두렵고 무서운 생각에 혼을 담궈두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일흔이나 일흔셋이나 거기서 거기라는 어르신들의
말씀에서 난 한줌의 희망을 본다.
결국 나이듦이란
나이드는 것이
슬프고 두렵고 무서운게 아니게 되는 순간을
의미함이 아닌가하는 희망말이다.
그렇다면. 그때의 나도 역시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끝을 알 수 없는
내리막길을 찬란히 걸어갈 수 있을테다.
다름아닌 늙음의 내리막길을 말이다.
회사에서의 모습말고,, 정말 다른 모습....
음... 막막 감동이 쏟아지는 글...
멋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