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폭력의 미학 4부 - 흑암의 저편에는

문★성 2005.05.04 22:54 조회 수 : 507

스스로도 써놓고 다시 못 읽을만큼 절정의 유치함을 고수하는
문성 최악의 연재작 폭력의 미학.
에프킬라맨이 된 주인공의 기구한 사연을 읽으시려면 다음을 클릭하셔요

제1부 내 청춘의 브루탈러티

제2부 오대수가 과산화수소에 빠진 날

제3부 빛나는 내 오른손



=====================================================================================


피쉬쉬쉬쉭

피쉬쉬쉬쉭


나의 오른 손에선 쉴새없이 에프킬라가 뿜어져나오고

그 때마다 나를 까맣게 둘러싸고 있는 검고 두꺼운 장막에

선풍기 한개 분의 구멍이 생겼다가 곧 다시 메워진다

장막은 끝없이 내 주위에 느슨한 춤을 추며 출렁거리고

그 구성요소가 되는 작은 점들이 모태에서 흩어져 나갔다가 다시 들어갔다를 반복한다.

그래. 벌레들이다.

이들과 싸우는 것이 에프킬라맨이 된 나의 숙명.

언제나 그렇듯 끝을 알 수 없는 지리한 싸움이다.


내 삶이 이렇게 된 것은 물어볼 것도 없이 에프킬라맨이 된 바로 그 순간부터였다.

달라진 것은 에프킬라가 된 내 오른손만이 아니였다.

내 운명이었다.



처음 그 일이 벌어진 순간을 회상해본다.


'에프킬라맨이 되신 것을 축하합니다'라는 연구진의 환호속에

당황하며 자리에 일어선 내 눈에 가장 먼저 비췬 것은

하얀 연구실 벽에 붙어있는 작은 파리 한 마리였다.

그 때를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길가다가 이효리를 발견했을 때의 느낌?

아무튼 뭐라도 좋다. 그 때 내 눈 속의 그 흑점은

알 수 없는 광채로 빛나고 있었으며

알 수 없는 진동으로 나를 유혹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전장의 북소리처럼

내 심장은 요란한 목트임으로 나를 흥분시켰고

나의 발은 어느덧 흑점 앞으로 스스로를 이끌고 있었다.

새끼 손톱만큼도 되지 않는 작은 파리가

내 눈에는 끝없는 블랙홀의 모습처럼 크고 확연하게 보였다.

녀석의 세포하나까지도 보이는 듯 했다.


벽의 약 30센티 앞까지 내 달은 나!

에프킬라 사용설명서에도 적혀있듯 스프레이질을 하기엔

최적의 위치였다.

왼발이 앞에 오른 발이 뒤로 포진해있었고

멋진 포즈를 구사하기 위해

에프킬라가 달린 오른 손을 뒤로 한껏 뺐다가

권투에서 스트레이트를 날리듯 앞으로 쭉 뻗으면서

목표를 향해 겨냥했다.

영문도 모르고 달려왔지만

이미 난 내가 배트맨, 슈퍼맨과 쌍벽을 이루는 수퍼히어로로 화해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기에 지금의 본능에 몸을 맡기기로 했다.



어느새 내 입은 찢어질듯 벌려지고

내 몸 속 가장 깊은 곳에서 수백번의 펌프질로 우려낸듯한 목소리를 내 오른손이 가리키는

바로 그곳으로 토해내었다.


'에프킬라 스프레이 어태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

...

...


아아. 난 그 참혹한 광경을 차마 볼 수 없을 것 같아 지레 눈을 감아버렸다.

파리는 처참한 시체로 내 발 밑에 나 뒹굴고 있겠지.

미안하다. 베이비.


약간의 정적이 흘렀고

연구진들의 놀라는 얼굴과 목소리가 등 뒤로 느껴졌다.

그래 놀랐겠지. 이해할 수 있다. 수퍼히어로가 되자마자

이렇게 멋진 포즈를 구사하다니 말이다. 내가 봐도 참으로 대단하다.

이제 세상은 멋진 영웅을 가지게 되었다구.


난 펜싱하듯 온 몸을 무리해서 좍 펴고 있었지만 환호와 칭찬을 더욱 흠뻑 즐기기 위해

잠시 머물러있기로 했다.

조금더 그들의 수근거림에 귀기울여볼까?



'어머. 저 사람봐'

'바본가봐. 세상에...'

'에프킬라 스프레익 어택이래. 열라 웃겨 ㅋㅋㅋ'

'뇌수가 에프킬라로 가득찬 거 아니야?'

'세상에 학교다닐 때 에프만 맞았나봐 그래서 에프킬란가? ㅎㅎ'

'생긴 것도 못섕겨가지고서리 꼴깝으로 댄스를 추네 춰'



엥? 이건 아닌데

난 그들의 목소리를 음미하기 위해 꾹 감았던 눈을 황급히 떴다

내 오른손이 가르치는 위치. 놀랍게도 파리는 여전히 거기에 있었다.

그러다가 살포시 벽에서 떨어지더니 나를 놀리듯 내 머리 위를

세 바퀴 정도 윙윙 거리다가 멀찌기 달아나버리고 말았다.

이 민망함이란.

아직도 어태에에에엑의 끝 소리가 메아리져 방을 맴돌고 있는 와중에

난 스르륵 자세를 풀고 제자리에 섰다.

쪽팔려서 뒤를 돌아볼 수가 없었다.

수근거림은 계속되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거지?



저벅저벅 구두소리가 가까워왔다.

분명 그 사면발이인가 뭔가 하는 녀석일테지.

발소리가 멈추고 그가 내 어깨에 턱하니 손을 얹어놓았다.

난 고개를 살짝 비틀어 뒤에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코도 반짝이는 것이 콧물도 흘리는 모양이었다.

얼굴은 슬픔과 회환으로 가득차있었다.

울먹이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당신은... 에프킬라를 써본적이 없는 것입니까.... "

"예?"

"스위치를 눌러야 약이 나가는 것입지요...바보"


아아. 그런건가.

아무리 에프킬라가 내 몸의 일부가 되었다 해도

아무리 내 몸 속에 피대신 에프킬라가 흐르고 있다고 해도


결국 눌러야 나가는 것이란 말인가.

나는 후회에 가득찬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울먹이는 그 얼굴 위에

쉴새없이 실룩거리는 콧구멍이 유난히 크게 보였다.

나는 다시 한 번 내 몸이 이끄는 대로 행하기로 했다.

흐느끼는 녀석의 머리를 살포시 끌어안고

조용히 오른손에 달려있는 노란색 노즐을 길게 세운 후

벌렁이는 콧구멍 속에 에프킬라를 살짝이 살포해주었다.

물론 그 녀석 귀에 '에프킬라 스프레이 어택'이라 속삭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내 몸에 넘치우는 에프킬라용액은 이십명의 연구진의 코를 모두

촉촉하게 적시우는데 부족하지 않았다.



옛날 회상은 언제나 즐거운 것. 시간 가는줄 모른다.

그 이후 많은 일이 있었다.

나는 사면발이와 라면발이를 도와 무수한 적들을 쓰러뜨

리기는 커녕 나를 이 모양으로 만든 녀석들에게 복수를 다짐

처참한 복수의 에프킬라액을 살포해왔다.

특히 기억나는 것은 예전의 두 아줌마와의 재대결.

최강의 아줌마 콤보기술로 공격해오는 그들을 상대로 난

에프킬라통을 통째로 아줌마들의 콧구멍에 꾹꾹 집어넣은 후

용액을 들이부어 버렸다. 이기긴 하였으되 힘든 승부였다.

그리고 지금, 최후의 보스로 알려진 후쿠오카를 잡아내기 위해

후쿠오카 성에 도착 일흔 두명의 문지기와 열두명의 수문장 삼천명의 졸개들을

모조리 물리치고 여기 그가 있는 명예의 전당에 와있는 것이다.



어느덧 나를 둘러 싸던 검은 장막은 검은 양탄자로 변해 내 발 아래 촥 깔려있다.

웽웽 날아다니는 잔존충들의 움직임은 내게 더 이상 위협적이지 않다.

왼손으로 그들을 툭툭 뿌리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


"나와라! 후쿠오카! 에프킬라맨이 왔다!"


이윽고 조용한 목소리가 저 편에서 나를 맞았다.

"후후후 왔는가 그대여"

"모습을 드러내라"

"서둘 것 없다. 어차피 너는 나를 이기지 못한다"

"과연 그럴까!"

"그래. 너는 세상에 모든 날벌레들을 이길 수는 있겠지만 나를 어쩌진 못한다"

"뭣이?"

"여기 밑을 봐라"




바퀴벌레.

그래 그는 바퀴벌레였다.


"세상에.. 후쿠오카가 바로 바퀴벌레였다니. 그것도 말하는 바퀴벌레..."
  
"와하하하하하하. 그렇다 에프킬라는 바퀴벌레에는 통하지 않지!!

결국 너의 무기도 내겐 아무 소용이 없다.

너는 나를 이길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게 에프킬라는 바퀴벌레한테는 잘 안 통하잖아..."

"와하하핫 바로 그거다. "

....

"그럼... 너는 나를 어떻게 이길건데?"


나의 질문에 그는 갑자기 얼어붙는 것 같았다.

"얘기해봐. 어쩔건데? 깨물거야 할퀼거야 꼬집을거야 때릴거야 박을거야 찌를거야 누구한테 고자질이라도 할거야?"

"어... 그러니까.... 그거...참... 그니까....헉"


나는 그를 살포시 밟아주어 편안한 안식을 선사해주었다.

환경보호를 위해 프레온가스는 절제할 수록 좋은거다.

그리고 난 갈길이 멀다. 오늘 밤 안으로 오로라 공주를 구해야 하니까!


(오로라 공주는 누구지? 5부에 계속)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2 문성의 첫번째 앨범 MolaMola [9] 문★성 2005.08.10
41 AGING, NOT GROWING [2] 문★성 2005.07.03
» 폭력의 미학 4부 - 흑암의 저편에는 [2] 문★성 2005.05.04
39 2004 여행기 제4편 - 시로 쓰는 중국결산 2편 [2] 문★성 2005.03.29
38 문성의 돈 이야기 [12] 문★성 2005.02.02
37 정보화 사회 만만세 [5] 문★성 2004.12.30
36 영웅의 이름으로... [10] 문★성 2004.11.23
35 이동국을 위한 소나타 G장조 [2] 문★성 2004.11.18
34 폭력의 미학(3부) - 빛나는 내 오른손 [1] 문★성 2004.10.21
33 1986. 11.18 - 나는 외삼촌의 편지 [5] 문★성 2004.09.20
32 2004 여행기 제3편 - 시로 쓰는 중국결산 1편 [10] 문★성 2004.08.26
31 2004 여행기 제2편 - 중국 아시안컵 [4] 문★성 2004.08.17
30 2004 여행기 제1편 - "경주" [9] 문★성 2004.07.26
29 생활의 발견 [6] 문★성 2004.07.14
28 2004 여행기 - 서론 [2] 문★성 2004.07.14
27 CALL ME IF YOU CAN [9] 문★성 2004.06.24
26 1991. 2.9 - 괴롭다. 정말 괴롭다. [6] 문★성 2004.05.27
25 폭력의 미학(2부) - 오대수가 과산화수소에... [8] 문★성 2004.05.18
24 1984.8.19 - 동요 종달새를 배우다 [12] 문★성 2004.05.04
23 집도의 재구성 [12] 문★성 2004.04.26
22 앞으로 교양서적은 읽지마!!! [10] 문★성 2004.04.21
21 슬 램 덩 크 [7] 문★성 2004.04.16
20 詩 - 사랑니 [8] 문★성 2004.03.29
19 복싱 [10] 문★성 2004.03.24
18 詩 - 토요일 아침에 돌아보다 [10] 문★성 2004.03.13
17 폭력의 미학(1부) - 내 청춘의 브루탈러티 [6] 문★성 2004.03.03
16 우유를 끊어라!!! [7] 문★성 2004.02.20
15 키보드를 두드린다고 다 글이 되는 것은 아니다 [2] 문★성 2004.02.17
14 세벌식 키보드 [6] 문★성 2004.01.31
13 리뉴얼기념 - 문성 TV 출연장면 공개!! [5] 문★성 2004.01.17
12 몸짱 아줌마 [5] 문★성 2004.01.14
11 무라카미 하루키 문★성 2004.01.11
10 나이 한 살 더 먹은 나의 자세. [2] 문★성 2004.01.05
9 詩 - 목요일에 [5] 문★성 2004.01.05
8 노래방 [2] 문★성 2003.12.30
7 1999.12.2 - Just 45 Minuites [5] 문★성 2003.12.24
6 1984.8.17 -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일기 [4] 문★성 2003.12.22
5 방향치 [7] 문★성 2003.12.20
4 디지털 카메라 문★성 2003.12.15
3 볼거리 [2] 문★성 2003.12.14
2 문성닷컴을 포기하며... [1] 문★성 2003.12.13
1 [테스트] 잘 되나. 문★성 2003.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