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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구역에서 한장. 지금은 없는 갈색머리가 눈부시다

이제야 올리는 중국 여행 기념시 2편!
중국 대체 언제 갔었는지 나 스스로도 까마득해지고 있지만
어쨌거나 2편 올리기로 한 것은 나 자신과의 약속이기도 하니
손빨래한 니트 널기전 마지막 남은 물 한방울까지 짜내는 심정으로
그 때의 기억을 다시 회상해보려 한다.
포맷은 지난 번과 동일.
이거 빨리 써버려야지 다음 기획글을 쓸 수 있으니
내용이 영 허접하더라도 웃으면서 넘어가주시라.



제5장 만리장성  



가자 만리장성
우리들의 미래로
여관문을 박차고나
거리에 발딛으니
어지러이 부서지는
햇님이 방긋

문성은 방향치
중국이라 다를쏘냐
아침부터 어리버리
동서남북 못가리네

이런 우리 안쓰런지
온정의 손길들

이 버스를 타라
저 버스를 타라
나만 믿고 따라오라
쟤만 믿고 따라가라

저마다 싱긋생긋
저마다 웃으며
손짓발짓 설명하는
유쾌한 아저씨들

그러하나 알고보니
역시나 삐끼일세
니네싫다 미워미워
맹렬하게 뿌리치니

저마다 울긋불긋
저마다 욕하며
손짓발짓 포효하는
유쾌한 아저씨들

아침부터 타오르는
그대들의 열정에
어지러이 부서지는
햇님이 방긋



만리장성에서 만난 일본관광객들과 한장. 욘사마와 기무라 타쿠야로 모든게 통했다


만리장성에서 숨바꼭질 놀이중. 동락이형 걸려서 화났다


베이징 대학교에서. 공부는 몰라도 서울대 물이 훨씬 좋았으니 괜히 뿌듯


라마 사원에서 만화주인공 놀이중. 기 모으는 중




제6장 스튜디오



현대에 있어서
만리장성의 의미는
만명이 사진 찍을 수 있는 거대한 스튜디오

어떻게든 좋은 사진 찍기 위하여
무던히도 애쓰는 각양각색 관광객들

그 속에 끼어 끝내 사진 하나 박아내는
나에게 있어 만리장성은
만명이 사진 찍을 수 있는 거대한 스튜디오


현대에 있어서
이화원의 의미는
호수끼고 사진 찍을 수 있는 거대한 스튜디오

어떻게든 좋은 사진 찍기 위하여
호숫가를 방황하는 천차만별 관광객들

그 속에 끼어 끝내 사진 하나 박아내는
나에게 있어 이화원은
호수끼고 사진 찍을 수 있는 거대한 스튜디오


현대에 있어서
관광의 의미는
사진찍을 수 있는 멋진 스튜디오 물색하기

그에 동참하여 끝내 사진 하나 박아내는
나에게 있어 관광은
이런저런 포즈로 사진 찍을 수 있는 거대한 스튜디오

그 앞에서 사진 찍는 것

찰칵



이화원에서의 삐침 놀이중


이화원에서 거만 놀이중


이화원에서 뮤직비디오 놀이중


이화원에서 문지기 놀이중



제7장 자금성



천안문을 지나니 기대로 두근두근하오
자금성 입구를 지나니 첫인상에 감명받고 벙쪘소
자금성 첫번째 문을 지나니 입안가득 감탄사가 질질 흐르오
자금성 두번째 문을 지나니 이곳이 바로 왕이 살던곳이라 확신드오
자금성 세번째 문을 지나니 아까 거기 말고 이곳이 바로 왕이 살던 곳 같소
자금성 네번째 문을 지나니 아까 거기도 말고 바로 이곳이 왕이 살던 곳 같소
자금성 다섯번째 문을 지나니 아까 거기부터 지금까지.. 다 똑같이 생겼음을 알아챘소
자금성 여섯번째 문을 지나니 대체 언제 끝나는지 지겨움에 몸부림치오
자금성 일곱번째 문을 지나니 햇님이 방긋
자금성 여덟번째 문을 지나니 집에 가고 싶소 좀 쉬고 싶소 샤워하고 싶소 다 때려치고 싶소
자금성 아홉번째 문을 지나니 한국땅이 그리우오 가보지도 못한 경복궁 덕수궁 창덕궁이 못내 사랑스럽소
자금성을 마침내 나서니 너무너무 기뻤소
아아 그러하오
이 기쁨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자금성을 찾나보오



자금성 두번째 문인가를 지나서. 저때까지만 해서 신나서 세일러문 놀이했다


자금성에서 울트라맨 놀이중


천안문에서 모택동 따라하기 놀이중




제8장 베이징의 밤거리2



이윽고 밤이 되어 환락가에 나서니
온몸이 찌릿찌릿 근육통이 풀어지고
두통이 맑아지고 속이 뻥 뚫려오니
이게 바로 내 세상

환락의 거리 어느 쇼핑몰
지하로 내려가니
올라오는 에스컬레이터가 없네
할 수 없이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를
역주행하여 올라오다
철퍼덕 앞으로 그만 넘어져버렸다네

엎어진 상태로 질질 끌려 밑으로 내려오다
다시 한 번 정신차려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다시 한 발 내딛는데
또다시 넘어졌네

어느새 내 몸은 출발점으로 실려오고
뒤에서 수근대는 중국인들 놀라는소리
여기서 좌절하면 대한남아 아니리
곤니찌와 외치면서 끝내 정상정복 성공했네

생각보다 깨끗하고
생각보다 번화하고
생각보다 볼게 많은
베이징의 중심가에

대한남아 곤니찌와
대한남아 곤니찌와



베이징 밤거리에서 김동성 따라하기 놀이중


베이징의 명물이라 불리는 오리요리. 맛은 별로였다


그래도 배 부른척 하기 놀이중


중국축구에 불가능이란 없다. 어쨌든 얘네들 이번에 월드컵 예선 탈락했다


밤거리에서 귀신 놀이중



제9장 여행은 계속되리니



돌아오는 길은
누워서오는 기차여행길
  
시끌벅썩 삼등칸에 이 한 몸 뉘이니
지난 며칠이 꿈결같이 흘러가네

축구경기에서의 희열과 절망
명승지에서의 놀라움과 감탄
하루 20시간을 돌아다녔을 때의 괴로움과 그 못지 않은 보람
중국사람과 대화하고 싸우고 흥정하고
버스타고 차타고 자전거타고 기차타고
사진찍고 장난치고 먹고 자고 달고했던
그 모든 것들이
하다못해 쓰라리게 허접했던 중국 나이트클럽까지

형체를 알 수 없이 뒤섞이어
이미 내 몸안에 들어와
속으로부터 깊이 파고들어
안으로부터 밖으로 나를
밀어내고 두들겨서
뻗쳐나가게 하는듯하다

어차피 사람 딛는 땅 한평공간 불과하니
중국땅 아무리 커봤자 다를바 없겠으나
이 다를 바 없는 땅을 딛은 내가
같을 바 없이 변해가는 것은 놀라운 경험

젊은 나에게 있어
그 모든 새로운 것들은
마치 나를 위해 준비된 것인양

그렇다면 젊은 나에게 있어
그 모든 새롭지 않은 것들 또한
마치 나를 위해 준비된 것일테니

아직도 젊은 나에겐
가야할 땅과
사진찍어야할 스튜디오가 많기만하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창밖을 내다보니
어지러이 부서지는
햇님이 방긋        



전문에서 문성 먼산 바라보기 놀이중


문성 자해하기 놀이중


기차에서 누워있는 문성 녹초 놀이중


이어지는 놀이는 눈감고 부이자 하기 놀이. 이 좁은 공간, 매우 인상적이었다


햇님이 방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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