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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을 위한 소나타 G장조

문★성 2004.11.18 18:55 조회 수 : 394


꽃다운 시절의 이동국

이동국.
스무살 어린 나이에 한국축구를 먹여살릴 기대주로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다 받으며 화려하게 빛나다가
해외진출 실패와 지나친 혹사로 인한 슬럼프로
결국 정상에서 나락으로 떨어져버린 선수. 1979년생. 나보다 딱 열살 많다.

월드컵 최종엔트리에서 아깝게 제외된 후
온 국민이 붉은 물결을 이루며 떠들썩하던 2002년 6월
그는 한국팀의 경기는 하나도 보지 않고 술만 먹으며 폐인 생활을 했다고 한다.
충분히 이해한다. 뭐라 말할 수 없는 참담한 심정이었겠지.

그리고 2년 후.
황선홍이 은퇴하고 최용수와 김도훈가 고령으로 국가대표와 인연을 끊자 다시 기회가 돌아왔다.
그러나. 그의 컴백은 서태지나 김대중씨의 컴백처럼 화려하지 않았다.
'얼마나 쓸 선수가 없으면 쟤를 다시 집어넣을까?'하는 한숨만이 이리저리 나돌았을뿐.
6년전과는 달리 이동국에게 한국축구의 미래를 거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예전의 귀여움을 잃어버린 외모와 적지 않은 나이 때문에
꺅꺅하며 성원을 보내주는 소녀팬들도 거진 사라져있었다.

그 후 경기당 한 골 정도는 꼭 넣어주고는 있지만 팬들의 반응은 아직
냉담하기만 하다. 한결같이 그의 '문제점'만을 지적하며
대안으로는 '다른 선수로 대체'만을 내세우고 있을 뿐이다.
그들의 비판은 사실 어느 정도 합당하다.
믿음직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도 마찬가지. 한 골 넣었으나 날려먹은게 무려 열 두번이다.
이러다간 무브먼트의 화신 트리플 J 조제진이나
나이만 청소년 박주영, 이름부터 애국적인 정조국 등에게 자리를 빼앗기고
06년 월드컵이 오면 또 술 먹으며 폐인생활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어제 기어코 한 골 넣긴 했다. 장하다!


아쉬운 노릇이다.
얼마 전 다음의 인터뷰를 읽은 다음부터는
전과는 다른 애절한 마음으로 그를 응원하고 있지만
역시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그 인터뷰는 대충 이런식이었던가.



"내가 최고의 선수가 아닌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연습량만큼은 최고라 자신할 수 있다"



감동먹었다.
이게 뻥이 아니라면 정말 대단한거다.
세상에, '난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된단 말인가.
적어도 나를 포함한 내 주위에는 한 명도 없는 것 같다.

하긴 얼굴에 살 빠진거 보라.
웬만큼 해선 스무살 중반 돼서 얼굴라인 저렇게 변하기 힘들거다.
게다가 저 허벅지, 예전보다 더 굵어졌다. 25인치는 족히 될 것 같다.


어제 경기장면. 표정이 웃겨주고 있다.


노력하고 있는것이다.
게으르니 헛물만 들이켰느니 어린 나이에 스타가 되더니 정신 못차리니
하는 소리가 들리든 말든 스스로 딱 부러지게 자신할 수 있을만큼
열심히 땀흘려 온 것이다.
그 노력의 댓가. 반드시 돌려받았으면 좋겠다.

인생은 분명 그리 극적인 것만은 아니기에
결실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사실 더 클 것이고
선배들에게 압박받고 후배들에게 쫓기고 있는 지금의 그의 위치는
사실 매우 불안정할 뿐이지만
그래도,
다음 월드컵 때까지 어떻게든 꼭 살아남아 멋진 골 하나 터트림으로써
존경한다는 선배 황선홍처럼 어두웠던 과거를 완벽히 부정하는
드라마 하나 만들어주길 기대해본다.

그게 바로 모든 사람들이 스포츠라는 것으로부터
기대하는 희망이자 꿈 아니겠는가.



98년, 잘 나가던 시절의 이동국과 고종수.
천재라 불리우던 고종수도 심연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역시 안타까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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