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986. 11.18 - 나는 외삼촌의 편지

문★성 2004.09.20 21:41 조회 수 : 342




1. 본문번역

마침내 초등학교1학년.

그동안 공부를 많이 했는지 해석은 아주 수월하다.

=====================================

나는 학교에서 받아쓰기를 하였다.

한 개 틀리면 종아리 한찰시 막는다.

나는 겁이 났다.

※ 선생님의 말씀 : 나는 외삼촌의 편지

=====================================



2. 오타수정

막는다 -> 맞는다

한찰식 -> 한 찰씩

'찰'은 사투리고 굳이 표준어로 바꾸자면

'한 대씩 혹은 한 방씩'으로 고쳐야겠지만 어감은 분명히 다르다.

억지로 설명을 해보자면

'한 대씩' 때리면 '탁탁' 소리가 날 것 같고

'한 방씩' 때리면 '뻑뻑' 소리가 날 것 같은데

'한 찰씩' 때리면 '찰싹찰싹' 소리가 날 것 같다는 거다.

고등학교 때 무지막지하게 애들을 패시던 한 선생님이

'구타는 리듬이다'는 식의 명언을 남기신 것으로 기억하는데

리듬을 타야 때리는 선생님도 맞는 학생도 신난다는 말이었다.(과연-_-).

어쨌든 이 선생님의 관점에서보면 '찰'은 제법 쓸만한 표현인듯 싶다.



3. 등장인물

원본을 참조하여 각 인물의 모습을 그림판으로 그려보았다.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원본에 대한 접근을 쉽게 하기 위함이다.


-김은주 선생님



복명국민학교 1학년 4반 담임선생님.

얼굴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검은 생머리를 휘날리시던

젊고 아름다운 분이었고 마음도 이뻤었다.

아마 처음으로 담임을 맡은게 우리반이었던 것 같다.

내가 2학년이 되었을 때 이 분도 따라 올라오셔서

다른 반을 맡으신 것으로 기억나는데 몹시 성깔 더러운 아줌마 한 명이

자기 자식이 벌 받았단 이유로 수업시간에 학교를 찾아와서

이 선생님 머리 끄댕이를 잡고 늘어지며 욕을 퍼부었고

나중에 복도에서 선생님이 혼자 울고 계시던 걸 목격했던 기억이 난다.

어린 마음에 진짜 마음 상했었고 지금 생각해도 기분이 나쁘다.

그 극성스런 아줌마 과연 자식 잘 키웠을까. 한 번 확인하고 싶다.

어쨌든 본 일기에서의 선생님은 되게 성의없이 그려졌다.

아마 종아리 한찰 맞았던 모양이다. 발은 아예 색칠도 안해서

처녀귀신처럼 공중에 둥둥 떠다니고 있다. -_-


- 문성



그 당시 실제로 저런 핑크색 바지를 입고 다녔을 거라고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더군다나 상의는... 몸통은 자주색, 팔은 연한 연두색, 소매는 무려 황토색이다-_-;;

아마 그림일기를 재밌게 그리기 위해서 저런 식으로 표현했을 것이라 사료된다.

얼굴 옆에 가느다란 줄 하나는 저 때부터 쓰기 시작한 안경테다.


- 뽕순이



마땅한 이름이 생각 안 나던차에 갑자기 '뽕순이'라는 영감이

머리에 떠올랐다. 한 번 뽕순이라고 생각하니까 진짜 뽕순이었던 것 같고

도저히 이를 무시할 수가 없어서 그냥 뽕순이라 부르기로 결정했다.

왠지 부르기도 좋은 이름이지 않은가. 뽕순이. 뽕순이. 뽕순이...

약간 더 찐한 핑크색 바지를 입고 있는데.

저거 혹시 유행이 아니었나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4. 시험결과 분석

나도 최근에 이 일기 확인했는데 하마터면 아주 중요한 것을

모르고 넘어갈 뻔 했다. 얼핏보면 잘 모른다. 아니 모를 수밖에 없다.

이 일기를 쓴 녀석이 아주 교묘하고 치사하게 조작을 해놓았기 때문이다.

답안지를 체크해보자.

일단 본인의 답안지



외, 삼, 촌. 깨끗하게 정답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뽕순이는 어떤가?



와, 섬, 춘. 다 틀렸다. -_-

이 일기의 주인공이 과연 틀려서 종아리를 맞았는지 아닌지는 지금와서 확인할 길 없지만

어찌됐든 일기에서만큼은 뽕순이에게 모든 매를 뒤집어 씌워버린 것이다.


맞는게 겁이 났다고 하니 왠지 측은했었는데

불쌍한 뽕순이를 생각하니 그런 감정이 싹 가셨다.

역시 의리없고 치사빠꼼하기는 지금과 아주 똑같았던 모양이다-_-

반성하자.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만난 모든 뽕순이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해야겠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2 문성의 첫번째 앨범 MolaMola [9] 문★성 2005.08.10
41 AGING, NOT GROWING [2] 문★성 2005.07.03
40 폭력의 미학 4부 - 흑암의 저편에는 [2] 문★성 2005.05.04
39 2004 여행기 제4편 - 시로 쓰는 중국결산 2편 [2] 문★성 2005.03.29
38 문성의 돈 이야기 [12] 문★성 2005.02.02
37 정보화 사회 만만세 [5] 문★성 2004.12.30
36 영웅의 이름으로... [10] 문★성 2004.11.23
35 이동국을 위한 소나타 G장조 [2] 문★성 2004.11.18
34 폭력의 미학(3부) - 빛나는 내 오른손 [1] 문★성 2004.10.21
» 1986. 11.18 - 나는 외삼촌의 편지 [5] 문★성 2004.09.20
32 2004 여행기 제3편 - 시로 쓰는 중국결산 1편 [10] 문★성 2004.08.26
31 2004 여행기 제2편 - 중국 아시안컵 [4] 문★성 2004.08.17
30 2004 여행기 제1편 - "경주" [9] 문★성 2004.07.26
29 생활의 발견 [6] 문★성 2004.07.14
28 2004 여행기 - 서론 [2] 문★성 2004.07.14
27 CALL ME IF YOU CAN [9] 문★성 2004.06.24
26 1991. 2.9 - 괴롭다. 정말 괴롭다. [6] 문★성 2004.05.27
25 폭력의 미학(2부) - 오대수가 과산화수소에... [8] 문★성 2004.05.18
24 1984.8.19 - 동요 종달새를 배우다 [12] 문★성 2004.05.04
23 집도의 재구성 [12] 문★성 2004.04.26
22 앞으로 교양서적은 읽지마!!! [10] 문★성 2004.04.21
21 슬 램 덩 크 [7] 문★성 2004.04.16
20 詩 - 사랑니 [8] 문★성 2004.03.29
19 복싱 [10] 문★성 2004.03.24
18 詩 - 토요일 아침에 돌아보다 [10] 문★성 2004.03.13
17 폭력의 미학(1부) - 내 청춘의 브루탈러티 [6] 문★성 2004.03.03
16 우유를 끊어라!!! [7] 문★성 2004.02.20
15 키보드를 두드린다고 다 글이 되는 것은 아니다 [2] 문★성 2004.02.17
14 세벌식 키보드 [6] 문★성 2004.01.31
13 리뉴얼기념 - 문성 TV 출연장면 공개!! [5] 문★성 2004.01.17
12 몸짱 아줌마 [5] 문★성 2004.01.14
11 무라카미 하루키 문★성 2004.01.11
10 나이 한 살 더 먹은 나의 자세. [2] 문★성 2004.01.05
9 詩 - 목요일에 [5] 문★성 2004.01.05
8 노래방 [2] 문★성 2003.12.30
7 1999.12.2 - Just 45 Minuites [5] 문★성 2003.12.24
6 1984.8.17 -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일기 [4] 문★성 2003.12.22
5 방향치 [7] 문★성 2003.12.20
4 디지털 카메라 문★성 2003.12.15
3 볼거리 [2] 문★성 2003.12.14
2 문성닷컴을 포기하며... [1] 문★성 2003.12.13
1 [테스트] 잘 되나. 문★성 2003.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