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본문번역
마침내 초등학교1학년.
그동안 공부를 많이 했는지 해석은 아주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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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학교에서 받아쓰기를 하였다.
한 개 틀리면 종아리 한찰시 막는다.
나는 겁이 났다.
※ 선생님의 말씀 : 나는 외삼촌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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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오타수정
막는다 -> 맞는다
한찰식 -> 한 찰씩
'찰'은 사투리고 굳이 표준어로 바꾸자면
'한 대씩 혹은 한 방씩'으로 고쳐야겠지만 어감은 분명히 다르다.
억지로 설명을 해보자면
'한 대씩' 때리면 '탁탁' 소리가 날 것 같고
'한 방씩' 때리면 '뻑뻑' 소리가 날 것 같은데
'한 찰씩' 때리면 '찰싹찰싹' 소리가 날 것 같다는 거다.
고등학교 때 무지막지하게 애들을 패시던 한 선생님이
'구타는 리듬이다'는 식의 명언을 남기신 것으로 기억하는데
리듬을 타야 때리는 선생님도 맞는 학생도 신난다는 말이었다.(과연-_-).
어쨌든 이 선생님의 관점에서보면 '찰'은 제법 쓸만한 표현인듯 싶다.
3. 등장인물
원본을 참조하여 각 인물의 모습을 그림판으로 그려보았다.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원본에 대한 접근을 쉽게 하기 위함이다.
-김은주 선생님

복명국민학교 1학년 4반 담임선생님.
얼굴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검은 생머리를 휘날리시던
젊고 아름다운 분이었고 마음도 이뻤었다.
아마 처음으로 담임을 맡은게 우리반이었던 것 같다.
내가 2학년이 되었을 때 이 분도 따라 올라오셔서
다른 반을 맡으신 것으로 기억나는데 몹시 성깔 더러운 아줌마 한 명이
자기 자식이 벌 받았단 이유로 수업시간에 학교를 찾아와서
이 선생님 머리 끄댕이를 잡고 늘어지며 욕을 퍼부었고
나중에 복도에서 선생님이 혼자 울고 계시던 걸 목격했던 기억이 난다.
어린 마음에 진짜 마음 상했었고 지금 생각해도 기분이 나쁘다.
그 극성스런 아줌마 과연 자식 잘 키웠을까. 한 번 확인하고 싶다.
어쨌든 본 일기에서의 선생님은 되게 성의없이 그려졌다.
아마 종아리 한찰 맞았던 모양이다. 발은 아예 색칠도 안해서
처녀귀신처럼 공중에 둥둥 떠다니고 있다. -_-
- 문성

그 당시 실제로 저런 핑크색 바지를 입고 다녔을 거라고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더군다나 상의는... 몸통은 자주색, 팔은 연한 연두색, 소매는 무려 황토색이다-_-;;
아마 그림일기를 재밌게 그리기 위해서 저런 식으로 표현했을 것이라 사료된다.
얼굴 옆에 가느다란 줄 하나는 저 때부터 쓰기 시작한 안경테다.
- 뽕순이

마땅한 이름이 생각 안 나던차에 갑자기 '뽕순이'라는 영감이
머리에 떠올랐다. 한 번 뽕순이라고 생각하니까 진짜 뽕순이었던 것 같고
도저히 이를 무시할 수가 없어서 그냥 뽕순이라 부르기로 결정했다.
왠지 부르기도 좋은 이름이지 않은가. 뽕순이. 뽕순이. 뽕순이...
약간 더 찐한 핑크색 바지를 입고 있는데.
저거 혹시 유행이 아니었나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4. 시험결과 분석
나도 최근에 이 일기 확인했는데 하마터면 아주 중요한 것을
모르고 넘어갈 뻔 했다. 얼핏보면 잘 모른다. 아니 모를 수밖에 없다.
이 일기를 쓴 녀석이 아주 교묘하고 치사하게 조작을 해놓았기 때문이다.
답안지를 체크해보자.
일단 본인의 답안지

외, 삼, 촌. 깨끗하게 정답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뽕순이는 어떤가?

와, 섬, 춘. 다 틀렸다. -_-
이 일기의 주인공이 과연 틀려서 종아리를 맞았는지 아닌지는 지금와서 확인할 길 없지만
어찌됐든 일기에서만큼은 뽕순이에게 모든 매를 뒤집어 씌워버린 것이다.
맞는게 겁이 났다고 하니 왠지 측은했었는데
불쌍한 뽕순이를 생각하니 그런 감정이 싹 가셨다.
역시 의리없고 치사빠꼼하기는 지금과 아주 똑같았던 모양이다-_-
반성하자.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만난 모든 뽕순이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해야겠다.
도대체 몇년전 일인데..(대략 20년전-.-;)
세세한 것까지 기억하다니... 대단해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