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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의 상징 천성광장에서


중국에 다녀온지 어언 이십일.

글로 포장된 홈페이지를 가진 사람으로서

여행기의 압박은 적지않게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글쎄. 일단 내 생각을 말해보자면 여행을 다녀왔다고 반드시 여행기를 남길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돌아다니길 좋아하는 한국인의 발자취가 세계 구석구석에 깊숙히 찍혀지고 있는 요즘

어디를 한 번 갔다왔다고 날짜별로 구분하여 여행일지를 써서 내어놓는 것이

그리 가당스러운 일은 아닌 것 같다는 소리다.

내가 이번에 중국에 갔다온 것은 분명하지만 한국 내에 중국을 다녀온 사람이

수십만명은 족히 될 것이고 그 중에서 나랑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자주, 그리고

제대로 된 여행을 다녀온 사람과 그 사람들이 남긴 여행기만 하더라도 부지기수일 터인데

그 와중에 내가 아 베이징은 이렇더라 하는 글을 남긴다고 한들

그게 어떤 특별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단 말인가.

아마 그런 글을 얼떨결에 보게된 사람들은

내가 남들의 여행기를 보면서 흔히 그러듯이 마우스 스크롤만 죽어라 아래로 돌려대며

별 생각없이 사진만 스치듯 볼 것이 뻔하다.

이 난설란의 취지를 생각해 볼 때 이런 스타일의 여행기늘 내가 추구해야

할 바가 아님은 분명한 노릇.

(그럼 경주여행기는 왜 남겼냐고 물으신다면 사실 할 말은 없다. 그 때는

그냥 한 번 해보고 싶었을 뿐)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비싼 여행 다녀와서

사진만 죽 나열해놓고 자기가 어디어디를 갔다왔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좋았다' '멋있다' 같은 초등학생 수준의 형용사만

갖다붙인채 자랑스레 뻐기는 것도 역시 내가 원하는 바는 아니다.

전 글에도 밝힌 바 있지만 그런 식의 여행 할바엔

집에서 포토샵으로 '합성'이나 하고 책이나 사읽는게 나을 거니까.



하여간 내가 지금까지 군시렁댄 소리가 이치에 맞다면 내가 여기서

구구절절 일자별로 여행기를 끄적이는 것도, 사진란에다가 한 삼백장

죽 긁어다 붙이는 것도 그리 문성닷컴스럽지는 않을 일이다.

그럼 어떡해할까.

이러한 진퇴양난의 어려운 상황에서

난 아주 인천상륙작전스런 용단을 내리기로 결심했다.

그것은 바로.




여행시다 -_-;

사실, 아직도 시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있다 (믿거나 말거나)


유치하다고 돌 맞을지언정 이런 고달프고 외곬스런 길이야 말로

이곳 문성닷컴이 마땅히 걸어야만 할 바로 그 길.

그럼 잡설 정리하고 바로 시작하겠다.

늘 그랬듯이 형식이고 나발이고 몽땅 다 내 맘대로다.




제1장 뜨긴뜬다




인천공항 아홉시 늦지말고 집결하라

여행전날 전해져온 문자보고 기겁했네

늦잠자면 어떡하나 고아되면 어떡하나

비행기도 못타보고 컴백하면 어떡하나

소심한 마음안고 아침부터 헐레벌떡

이리저리 서둘러서 겨우겨우 도착하니

이럴수가 또속았네 한시까지 기다렸네

두고보자 되냈지만 대체누구 두고볼까


시간되어 수속하고 비행기를 타려가니

이 무슨 소형긴가 아장아장 귀엽기도

그래도 뜨긴뜬다 기다려라 중국땅아

비행기의 스퉈디스 경력위주 선발했나

연세무척 많아보여 자리양보 할뻔했네

그래도 뜨긴뜬다 기다려라 중국땅아



지난 국제공항에 도착하다. 용산역보다 작다



호나우두 광고. 약광고 같은데 무지 웃겼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롱두호텔 사람들이 앞에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환대, 또 언제 받아보리.



중국최고의 샘이라는 표돌천. 물이 분당 이천리터 뿜어져나온다 그랬다


지난의 명소. 대명호에서. 옆에 서 있는 사람들은 다음 번 사진찍을 사람들-_-



이들은 나의 여행 전반기를 함게한 일행이다. 응준형. 사무엘군.




제2장. 태산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그이름도 찬란한 태산에 도전했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겠지만

케이블카 타고가니 사실별건 아니었네

사진빨좀 쎄우려니 안개빨이 더쎄어서

이도저도 못하고 등산빨만 쎄웠다네

같이 간 가이드양 영어제법 한더더니

예스노  아이돈노 암뷰티풀 이게전부

이모뻘로 보였는데 나보다도 어리다니

태산보다 그대가 이땅위의 챔피언



케이블 카에서. 이름 그대로 크긴 큰 산이다



암뷰티풀의 주인공 가이드양과 함께. 정말 나보다 어렸다 



저기 끝까지 갔다왔으니 거의 등산했다



태산 거의 정상부근. 왠지 스위스삘이 낫다(잘모르지만)



호텔에서 먹었던 게요리. 지난의 마지막날밤 코스요리는 멋졌다




제3장. 지난 시내




지난 시내는 공포의 거리

6차선 정도되는 거리에 횡단보도는 고사하고 신호등도 없다



지난 시내는 죽음의 거리

중앙선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고속도로에서도 역주행은 마구 자행된다.



지난 시내는 고독의 거리

원투쓰리포 영어하나 안 통한다 굿모닝도 소용없다

입다물고 있는 것이 속이라도 시원하다



지난 시내는 친절의 거리

당신네들 하는 말 모르겠다 손짓하니

또박또박 천천히 다시한번 똑같은말.

모르겠다 손짓하니

한층 더 또박또박 천천히 다시한번 똑같은 말

이런 친절한 국민을 봤나

또박또박 천천히해서 알아들을 외국어면

이십오년 세월동안 열개국어는 달성했겠다




지난 기차역에서. 여기서 우린 영어없이 표교환을 해내고 말았다



지난 시가지를 걷다가. 왜인지 혀를 차고 있다



차와 자전거와 사람이 지맘대로 거리를 횡행한다



몇안되는 신호등있는 길. 그러나 자세히보면 다 무시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앞에 보이는 오토바이와 똑같은 걸 타고 있는 중이었다



지난 시내 중심가 풍경. 월마트 피자헛 있을건 다있다.
근데 피자헛 한자가 '필승객'이었으니 반드시 이기는 손님?



야한 닭다리스낵. 우리나라 돈으로 600원정도?



호텔의 멋드러진 장식품. 근데 가까이가보면 스티로폼이다
중국은 이렇듯 구라가 판을 치고 있다




제4장. 베이징의 밤거리



삼일을 기거했던 별다섯 호텔은 꿈처럼 사라지고

베이징의 첫날밤은 초라한 여관방

그러나 이것이 진정한 나를 찾는 여행일터

좁은 골목 선술집에 맥주 한잔 캬아하니

롱두호텔 뷔페식은 꿈처럼 잊혀지네

윗통을 벗어던진 배나온 아저씨와

쉬지않고 떠들어 대는 시끄러운 아줌마와

색색으로 염색한 청소년들 사이에서

베이징의 밤은 어느덧 우리를 감싸안는데



베이징에서 잡았던 첫번째 여관. 이나마 잡은게 다행이였다.


롱두호텔방. 크고 아늑했다. 서비스도 띵하오였으니 그리울뿐.


맥주. 중국에선 맥주가 진짜 음료수다. 밥먹을 때 맨날 먹는 것 같다.
나도 한 이십병은 먹은듯. 내가 늘 주장하는 맥주는 술이 아닌 음료수다
는 이 중국에서는 당연한 소리였다
(그래서 좋았다)


채시라사진을 붙여놓은 동네주점. 주인이 한국말을 억지로억지로 조금했다.
여기서 샹차인가 뭔가 하는 향료를 넣은 걸 먹었는데 그 역겹다는 애를
별 문제없이 잘도 먹어서 일행들이 신기해했다.


- 여기까지 못다한 이야기는 다음편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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