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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 ME IF YOU CAN

문★성 2004.06.24 12:16 조회 수 : 463 추천:2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언어'라는 도구에 절대성을 부여하고 있는 인간의 사회성을 고려해볼 때
내가 나를, 혹은 남이 나를 어떻게 부르느냐라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다.
누구를 부른다. 즉, 호명은 자신이 사회적 관계를 맺을 상대와의 접신이
가능하게 하는 언어사용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아버지' '형' '교수님' 하다못해 '레이디스 앤 젠틀맨'까지

그들의 호칭을 부르는 것은 넓고 넓은 인파의 물결 속에
하나 혹은 다수의 점을 지적하여 이제부터 나는
너에게 말을 하겠다라는 것을 선포하는 동시에
상대에게도 주의를 환기시켜 나에게 신경을 기울여라는
상호교통의 출발점이다.  

십여년전 01410으로 대표되는 PC 통신이 기억나시는가?
끼익끼익 긁어대는 모뎀소리를 감수하며 우리가 보낸 ATDT 01410이란
신호를 따르릉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반갑게 맞이함으로써
새파란 창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세상과의 교제가 가능해졌던 것이다.
우리가 누구의 이름을 부르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사람이란 존재는 단 하나의 호칭만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지니게 된다.

자신의 이름을 생각해보라.

헉... 유승준이라고?

그렇다면 그대는 부모님을 비롯한 손윗사람으로부터는 '승준아'
아는 동생들로부터는 '승준이형, 승준오빠'
현 거주지의 주위 사람들로부터는 'HEY~ STEVE~ 혹은 MR.YOO'
아직 현존하는 한국의 열성소녀팬들로부터는 '살앙하는 승주니 오빠앙~♥'
대한민국 남성네티즌들로부터는 '스티붕 유'
병역에 민감한 피끓는 몇몇 열혈예비역으로부터는
'이 $@%@^@##$$%#$ㅈ@#ㅈ# 놈' (욕이라서 검열함)
이라 불리워질 것이다.

나는 하나의 나로서 존재할 뿐인데
세상은 나를 여러개의 나로 부르니 이거 참 신기한 노릇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나는 어떻게 불리고 있을까?
방학을 맞이하여 널럴한 시간을 온 몸 따뜻히 휘감은 후
한 번 생각해보자.
순위는 많이 불리어지는 순.



1위 : 성아

내 주위의 대부분의 친구들과 손윗사람들이 날 부르는 호칭.
일반적으로 한국 사람들은 성빼고 이름에다가 '야'자만 붙이는데
받침있는 글자로 이름이 끝나는 사람에게는 '아'자로
대체된다.
예를 들자면 '승준야'가 아니라 '승준아'.

'성아'라고 함은 이같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한국식 호칭이다.

재밌는 것은 오랫동안 같이 살아온
우리 부모님이나 누나는 절대로 '성아'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2위 : 문성

'아'자나 '야'자를 자기 입에 담을 수 없다는 터프한 성격의 사람들과
경상도에서 서울로 올라온 사람들은 대부분 나를 그냥 '문성'이라고 부른다.

'야~ 문성 뭐하냐~ ' 이런 식이다.

김x혁, 옥x오, 신x준, 임x훈, 이x훈, 김x구, 정x조, 박x정, 이x주 등
과 동기들 중 경상도 출신은 남녀가릴 것없이 100%다.
특이한 점은 그냥 대구에 머물고 있는 친구들과
학교 친구들이 아닌 경상도 출신 사람들(교회나 기타 모임등)은
또 그냥 '성아'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아마 공대의 투박한 환경 속에 수년동안 길들여진 과 동기들이
경상도 출신으로 갖고 있던 터프함을 사회적 통념에 맞추어 조절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흥분신장시켜왔기 때문이리라.
생각하니 우습다.

출신지 상관없이 그저 '터프'한 사람들은 군대친구 강x모, 김x섭 군이 대표적
이 인간들 터프함은 대단했다.



3위 : 성이형, 성이오빠

성아~ 와 더불어 일반적인 호칭. 어린 사람들이 날 부를 때 거의 대부분
이 호칭을 쓴다. 가끔 내 이름이 '문성이' 세글자가 아닌가 착각하게끔 만든다.



4위 : 문성아

이름 두 글자 + 야(혹은 아) 에 익숙해져있는 사람들은
'성아'라는 짧은 호칭을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  
이들이 성까지 같이 부르는 것은 나같이 이름이 두 글자인 경우에만 한정될 것이다.
분명 '김철수'라는 사람에게 '김철수야 안녕~'이라고 부르지 않을터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케이스로 유미X양, 김신X형, 최광X형 등이 생각난다.
삼음절 호칭을 고수하는 것으로 보아 자기 주관이 강하고 곧곧한 사람들로 보인다.



5위 :  성군, 문성군

요즘 메신저에서 하도 '근엄체'가 유행하다보니  
나도 친구들이나 후배들을 xx군으로 많이 부르고
친구들도 많이 이렇게 불러준다.
'성군, 자네 내일 숙제했는가?' 이런 식이다.
이런 사람들도 실제로 만나서 얘기하면 '성아' 아니면 '문성'이라 불러준다.



6위 : 문성씨

삼성 인턴 할 때 회사 사람들이 날 부르는 호칭.
아마 내년부턴 이 소리 많이 듣겠지.
그와 더불어 병원에서 많이 듣는 소리이기도 하다.
'다음, 문성씨~ 진료실로 들어오세요~'



7위 : 썽

헤이 썽~ 이라는 재밌는 방식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몇 된다.
박x영군 최영x형 이유x 누나 등등
이 사람들의 심리는 도무지 파악할 길이 없다.-_-
'썽'자가 발음하기 좋은건가? 알 수 없음.
게다가 실제로 말할 때는
'SSUNG'가 아니라 'THUNG'에 가깝다.
혀를 한 번 깨물었다가 내 뱉는 것이다.
나중에 시간나면 진지하게 한 번 물어봐야겠다.



8위 : 문성님

인터넷 상에서, 그리고 몇몇 서비스 업체에서도 날 부르는 소리이다.
하나로 통신이나 sk 텔레콤같은데서 전화오면 백이면 백
'문성님 되십니까?' 그런다. (문성고객님~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9위 : 문성오빠

아직 그렇게 가까워지지 않는 여동생들은 대부분 성이오빠보단
문성오빠라고 하더라.
왜 그럴까. 뭐 자기도 의식해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문성오빠'쪽이 좀 더 공적으로 느껴지는 모양이다.
그래도 나중에는 성이오빠로 다 바뀌지만.
아 안 바뀐 경우도 있다. 김x주 양 같은 사람들.
조금 어색하면서도 특이하게 느껴지기에
누가 '문성오빠' 그러면 한번쯤 의식하게 된다.



10위 : 성이야

가장 닭살돋는 표현. 반드시 '야'자를 붙이겠다는 각오인지
받침없는 '이'자까지 추가해버린다.
엄청난 여성성을 발산하는 몇몇 여자친구, 누나, 아주머니들과
상당히 닭살스러운 절대소수의 남자 몇이 날 이렇게 불렀고 또 부른다.
보통 이 경우에는 끝을 올리게 되는데
성이야~ 할 때 야를 전도연 영화대사하듯 올려버리면
정말정말 느끼해진다. 아 생각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몸이 부르르 떨리는구만.
이런 분들은 전화 할 때도

'성이니?' '성이야?' '성이?'가 아니라

'성아니?' 라며 유로2004 메인스타디움 잔디만한 닭살을
온몸에 발라버리신다. 무서운 분들.


< 다음은 순위권 밖 기타호칭 >


- 성형

성이형~이라고 부르는데 혀가 짧아서 '이'자가 거의 안 들리는 사람들과
약간 터프한 성격의 동생들이 부르는 소리.
혀가 짧다는 말을 적어놓다보니 누군지 차마 거론할 수 없음이 아쉬울 뿐이다-_-
의외로 꽤 된다.



- 형님

몇몇 특별한 케이스. 메신저에서 '성군'이랑 똑같다고 보면 된다
역시 인터넷 전용.



- 문병장님

하루에도 수십번씩 이 소리를 듣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아. 아니다..  설명하고 싶지 않군-_-
(빨리 잊혀져라. 군생활의 기억들!)



- 문성형

서x구군 같은 극소수가 사용하는 표현. 문성아 와 비슷한 케이스로 여겨진다.



- 승아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몇몇 분들이 성아가 발음이 안 되어
승아라고 부른다.  심심한 위로를 보내는 바이다.



- 떵떵이

아기일 때 이렇게 불렀단다. 달덩이 같아서 그랬나?
옛날 앨범 같은 거보면 '떵떵이 4개월 째' 이런 말 보여진다.



- 문뎅아

옛날에 이렇게 참 많이 불리웠던 것 같은데, 요즘은 들은바가 별로 없다.
누구였지? 날 이렇게 불렀던 사람이. 아리송하다.
군대에서도 몇이 이렇게 불렀고 친척이나 고등학교 때도 뎅아 라는
소릴 가끔 들었다.
근데 뎅이 뭐냐 뎅이-_-



- 대마왕

요즘 날 이렇게 부르는 사람이 한 명 있다.
앞에 네 글자 더 붙이는데 차마 말 할 수 없다. (진실이 아니기에)



 - 문세이

어머니와 누나, 사촌 지원이형 등 딱 세사람이 날 이렇게 부른다.
(아버지는 그냥 '문성~')
그 기원이 무엇인지,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데
아마 成 자가 일본어로 읽으면 세이가 되기 때문인 것에서 비롯된 듯하다.
꽤 옛날부터 이랬던 것 같은데 가족들이 부르는지라 가장 친숙한 표현이기도 하다.




이걸로 끝.
뭐 마이너한거 따지고 들어가보면 밑도 끝도 없으니 됐고.

근데,
당신은 어찌 불리우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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