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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의 재구성

문★성 2004.04.26 17:45 조회 수 : 300

사랑니 실밥 풀러 병원에 갔더니 일주일간 휴진이란다.

홧김에 집에서 직접 뽑기로 결심.

DIY, Do It Yourself. 몇 년 전 유행어다.

내 갈길 내가 개척. 대협성고등학교 교훈이랬다.



집에 있는 모든 칼과 가위를 깨끗히 소독하고

면봉, 핀셋, 이쑤시개 등을 준비한 후

거울을 보며 직접 수술에 들어가시다.

두 군데가 묶여 있었는데 그 묶여있는 폼을 보아하니

하나는 제법 컸고 하나는 아주 작았다.

편의상 메이저매듭과 마이너매듭으로 이름 붙여주자.


일단 만만해보이는 메이저매듭부터 처리하기로 결정,

약 5분만에 가위로 끊어낸 후 핀셋으로 뜯어내는데 성공하다.

치과에서는 5초만에 끝났을 일이지만

어쩔 수 없지 뭐.


그리고 남은 마이너매듭. 이거 잇몸 깊숙히 파묻혀 있어서

상당히 곤란했다.

핀셋으로 끝을 잡고 좌악 잡아당겨야 조그만 묶인 자국이

겨우 보일 정도. 이 정체를 파악하는데만도 한참 걸렸다.

결국 한 손으로 잡아당기며 한 손으로 끊어내야한다는

소린데 이거 발등에 달린 매듭도 아니잖아.

두 손을 다 쓰면 거울이 안 보인다.

거울을 안 보면 두 손을 어찌 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결국 이십년 넘게 믿고 의지하던 사랑하는 오른손에게

발등이, 아니 잇몸이 찔리운 후.

티스푼으로 약 한 숟갈 반 정도의 피를 흘리다.

그러나 사랑니 뽑을 때의 아픔을 생각하니 이건

실로 '무감각'했다. 가볍게 지혈해주고는 끝내는 가위로 끊어내다.

농담아니라, 여기까지 삼십분 넘게 걸렸다.


그래서 후회했냐고?

별로. 오늘 또 미천한 내 인생에 한 지평을 넓혔다는 생각이 드니 뿌듯할 뿐이다.

누가 말했는지 기억은 잘 안나는데,

젊을 때 헛짓 많이 해봐야된단다.  

난 아직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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