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월 말에 작성해서 과게시판에 올렸던 글.
내겐 기억할만한 상큼한-_- 경험이었기에 조금 수정해서 여기로 퍼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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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새벽, 왼쪽 턱에 느껴지는 강한 압박에 잠을 깨었다.
아팠다. 손으로 만져보니 내 턱이 아니었다. 마치 김일성 혹처럼
턱이 퉁퉁 부어있었다.
졸리는 눈을 비비며 거울을 보았다. 익숙하던 내 얼굴이 아니었다.
턱이 완벽한 네모-_-를 그리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아.. 김진수-_-씨가 여기 왠일로?'
라고 말할 뻔했다.
얼음찜질을 한참 하니 붓기가 조금 가라앉는듯 했다.
희망을 가지고 다시 거울을 보았다. 나도 모르게
'아.. 박경림-_-양이 여기 왠일로?'
라고 말할 뻔했다.
결국... 양 턱의 둔턱한 각도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다음 날에는 단지 턱이 부은 것만이 아니라는 걸 깨닺게 되었다.
부은 턱은 물론 아팠으며 거기다가 머리도 아프고 오한이 느껴지고
손발이 오그라.. 아니 이건 아니구나. 암튼-_- 그랬다.
이틀이 지났다. 그러나 조금의 차도도 없었고 온몸의 진이 조금씩 쓰윽쓰윽 발바닥으로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러다가
'이십대 청년 턱이 퉁퉁 부운 채로 시체로 발견되다'
'알 수 없는 바이러스... 지구종말의 시작인가?'
와 같은 뉴스거리의 주인공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고
이런 불안감은 결국 나를 병원으로 이끌었다.
병원. 일년에 한 번 정도 찾아오는, 그다지 달갑지 않은 장소.
그러나 살아야한다는 삶의 대한 나의 숭렬한 갈망은 모든 주저함을 일거에 날려버리고는
병원 문을 힘차게 열어젖히... 고 싶었지..만
자동문이었다 -_-
입구로 들어서자 약 3미터 떨어져있는 접수대에서 어여쁜 간호사가 밝은 얼굴로 나를
맞아주었다. 순간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캄캄했다. 병원에 좀처럼 온 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나의 눈은 의료보험증을 접수대에 올려놓고 있는 한 선배환자를 순식간에
캐치했으며 그대로 따라하면 문제없을 거라는 확신이 허파에 훅훅 들어차기 시작했다.
순간 눈치로 살아왔던 지난 이십년 세월의 흔적들이 눈앞에 파닥파닥거리며 지나갔다.
'그래 이것이 바로 나의 삶이란 것이지'
자신감으로 가득찬 난 병원 드나들기를 오랜 취미로 간직해온 사람인마냥 아주 태연스럽게
의료보험증을 간호사 앞에 갖다대었다. 양눈은 3분의 2정도 지긋히 뜨고 있었으며 고개는
오른으로 약 30도 정도 꺾여있었고 덩달아 오른쪽 입고리도 살짝 올라가 있었다.
그와 동시에 나의 오른 손은 허리부근으로 부터 부드러운 원을 그리며 접수대 위로 떠올라
팔랑팔랑 산들바람을 불어일으키며 부드럽게 보험증을 내어놓았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도 여유롭고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그러자 간호사가 갑자기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기 시작했다..
나에게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그런 얼굴이었다.
그래서 나도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그윽한 눈빛-_-을 그녀에게 보내주었다.
몇 초의 시간이 흘렀을까. 간호사는 감격-_-에 겨운듯 볼을 붉히며-_-
이렇게 말했다.
'이름을 얘기해주셔야죠'
'-_-a'
...
의료보험증을 내기만 하면 되는게 아니었다. 우웃.
암튼 진료실에 들어갔다.
'축하하네.. 3개월이네. 태아는 건강하니 걱정말게'
-_-;;;
까지는 아니더라도 심각한 결론이 내려질까봐 조금은 불안했다.
'양쪽 턱을 다 잡아 뜯어야 한다네' 내지
'턱뼈를 대패로 밀어서 갈아버리면 정상으로 돌아올걸세' 혹은
'얼굴 다른 부위가 같이 부어버리면 턱이 굳이 튀어보이지 않을테니 몇 대만 맞게나'
등등.
의사선생님은 매우 강렬한 눈빛-_-의 소유자였다.
그는 나의 볼과 턱을 약 10초간 살피더니
나즈막한 목소리로 내 귀에 이렇게 속삭-_-였다.
'볼거리네'
....
볼거리.
왜 예닐곱살 먹은 동네꼬마 녀석들이 볼이 퉁퉁 부어 울상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지 않은가. 그 병이었다. 이 나이에-_-;;
경악을 금치 못해 진료실 기물을 마구 때려부수던 (믿거나 말거나)
나의 어깨를 의사선생님은 예의 그 강렬한 눈빛과 더불어 따뜻한
손길-_-로 어루만지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어른이 되어서도 홍역이나 수두에 걸릴 수도 있는 거네 풋'
좋다 이거야. 그런데 풋..은 뭔가. -_-;;
아무튼 그런 것이었다.
결국 나의 신체는 아직 십대-_- 혹은 그 이하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암!
ps. - 인터넷 건강정보에서 -
[병명] 볼거리
'이 경우 무엇보다 소아과선생님께 확실한 진단을 받으시는것이 중요합니다'
...
괜찮은 소아과 소개시켜주실분? -_-;;;
내겐 기억할만한 상큼한-_- 경험이었기에 조금 수정해서 여기로 퍼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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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 새벽, 왼쪽 턱에 느껴지는 강한 압박에 잠을 깨었다.
아팠다. 손으로 만져보니 내 턱이 아니었다. 마치 김일성 혹처럼
턱이 퉁퉁 부어있었다.
졸리는 눈을 비비며 거울을 보았다. 익숙하던 내 얼굴이 아니었다.
턱이 완벽한 네모-_-를 그리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아.. 김진수-_-씨가 여기 왠일로?'
라고 말할 뻔했다.
얼음찜질을 한참 하니 붓기가 조금 가라앉는듯 했다.
희망을 가지고 다시 거울을 보았다. 나도 모르게
'아.. 박경림-_-양이 여기 왠일로?'
라고 말할 뻔했다.
결국... 양 턱의 둔턱한 각도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다음 날에는 단지 턱이 부은 것만이 아니라는 걸 깨닺게 되었다.
부은 턱은 물론 아팠으며 거기다가 머리도 아프고 오한이 느껴지고
손발이 오그라.. 아니 이건 아니구나. 암튼-_- 그랬다.
이틀이 지났다. 그러나 조금의 차도도 없었고 온몸의 진이 조금씩 쓰윽쓰윽 발바닥으로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러다가
'이십대 청년 턱이 퉁퉁 부운 채로 시체로 발견되다'
'알 수 없는 바이러스... 지구종말의 시작인가?'
와 같은 뉴스거리의 주인공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고
이런 불안감은 결국 나를 병원으로 이끌었다.
병원. 일년에 한 번 정도 찾아오는, 그다지 달갑지 않은 장소.
그러나 살아야한다는 삶의 대한 나의 숭렬한 갈망은 모든 주저함을 일거에 날려버리고는
병원 문을 힘차게 열어젖히... 고 싶었지..만
자동문이었다 -_-
입구로 들어서자 약 3미터 떨어져있는 접수대에서 어여쁜 간호사가 밝은 얼굴로 나를
맞아주었다. 순간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캄캄했다. 병원에 좀처럼 온 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나의 눈은 의료보험증을 접수대에 올려놓고 있는 한 선배환자를 순식간에
캐치했으며 그대로 따라하면 문제없을 거라는 확신이 허파에 훅훅 들어차기 시작했다.
순간 눈치로 살아왔던 지난 이십년 세월의 흔적들이 눈앞에 파닥파닥거리며 지나갔다.
'그래 이것이 바로 나의 삶이란 것이지'
자신감으로 가득찬 난 병원 드나들기를 오랜 취미로 간직해온 사람인마냥 아주 태연스럽게
의료보험증을 간호사 앞에 갖다대었다. 양눈은 3분의 2정도 지긋히 뜨고 있었으며 고개는
오른으로 약 30도 정도 꺾여있었고 덩달아 오른쪽 입고리도 살짝 올라가 있었다.
그와 동시에 나의 오른 손은 허리부근으로 부터 부드러운 원을 그리며 접수대 위로 떠올라
팔랑팔랑 산들바람을 불어일으키며 부드럽게 보험증을 내어놓았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도 여유롭고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그러자 간호사가 갑자기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기 시작했다..
나에게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그런 얼굴이었다.
그래서 나도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그윽한 눈빛-_-을 그녀에게 보내주었다.
몇 초의 시간이 흘렀을까. 간호사는 감격-_-에 겨운듯 볼을 붉히며-_-
이렇게 말했다.
'이름을 얘기해주셔야죠'
'-_-a'
...
의료보험증을 내기만 하면 되는게 아니었다. 우웃.
암튼 진료실에 들어갔다.
'축하하네.. 3개월이네. 태아는 건강하니 걱정말게'
-_-;;;
까지는 아니더라도 심각한 결론이 내려질까봐 조금은 불안했다.
'양쪽 턱을 다 잡아 뜯어야 한다네' 내지
'턱뼈를 대패로 밀어서 갈아버리면 정상으로 돌아올걸세' 혹은
'얼굴 다른 부위가 같이 부어버리면 턱이 굳이 튀어보이지 않을테니 몇 대만 맞게나'
등등.
의사선생님은 매우 강렬한 눈빛-_-의 소유자였다.
그는 나의 볼과 턱을 약 10초간 살피더니
나즈막한 목소리로 내 귀에 이렇게 속삭-_-였다.
'볼거리네'
....
볼거리.
왜 예닐곱살 먹은 동네꼬마 녀석들이 볼이 퉁퉁 부어 울상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지 않은가. 그 병이었다. 이 나이에-_-;;
경악을 금치 못해 진료실 기물을 마구 때려부수던 (믿거나 말거나)
나의 어깨를 의사선생님은 예의 그 강렬한 눈빛과 더불어 따뜻한
손길-_-로 어루만지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어른이 되어서도 홍역이나 수두에 걸릴 수도 있는 거네 풋'
좋다 이거야. 그런데 풋..은 뭔가. -_-;;
아무튼 그런 것이었다.
결국 나의 신체는 아직 십대-_- 혹은 그 이하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암!
ps. - 인터넷 건강정보에서 -
[병명] 볼거리
'이 경우 무엇보다 소아과선생님께 확실한 진단을 받으시는것이 중요합니다'
...
괜찮은 소아과 소개시켜주실분? -_-;;;
어른이 되어서 앓게 되는 볼거리..
특히, 남자의 경우는 초기에 치료하는 정말 중요한데..
현재.. 말짱한 건강소년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
말끔이 다.. 나은거죠? ^^;;
문성씨 2세는 MMR 예방접종 제때에 해주세요..ㅋ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