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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잡은 책은 아무리 재미없고 지루해도 일단 끝까지 읽어보는 편인데
최근 몇 년 동안 읽다 중간에 포기한 책이 딱 한 권 있다.
안철수가 대선 시즌 즈음해서 펴낸 ‘안철수의 생각’이라는 책이다.

그가 시골의사 박경철과 함께 청년들 대상으로 강의를 하러 다닐 때
부러 서울까지 찾아갔었고 주옥같은 멘트들을 따로 요약하여 소장하기까지 했으며,
그가 나오는 강연이나 다큐멘터리 동영상을 외장하드에 따로 모아두기까지 했을 정도로
그의 팬이었던 나는, 이 책이 나오자마자 산 후 세 번 정도 완독을 하려고 노력하였으나
끝내 실패하였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말은 길고 설명은 많되 핵심이 뭔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나아가 무엇을 추구하고 무엇을 달성하고자 하는지 그의 ‘생각’ 자체가
너무 모호하고 지루하여 진득히 앉아서 읽고 있을 수가 없었다.
사람의 생각은 말보다는 글을 통해 더 잘 드러날 수밖에 없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던 나로서는 안철수에 대해 처음 고개가 갸우뚱해질 수밖에 없었고,
점차 난 안철수에서 문재인 지지로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선 3년 간 많은 일이 있었고, 오늘 오전 그는 결국 새정치 민주연합을 탈당하였다.
그와 문재인, 혹은 민주당 비주류와 주류 사이의 그간 감정대립은 누굴 지지하고를 떠나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진절머리가 나게 하기 충분했으며, 이 탈당으로 인해
새누리당의 총선승리가 더 확실해진다 하더라도
차라리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여전히 난 그의 생각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왜 혁신하자고 하면서 왜 혁신위원장 자리를 거절했는지
왜 다 같이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걷어차고 맞대결(혁신전당대회)를 주창하였는지
왜 본인의 혁신안과 맞지도 않는 인사들과 궤를 같이 하는지
마지막으로 저렇게 나가서 무엇을 추구하고, 무엇을 달성하고자 하는지.
그의 책을 읽을 때처럼, 그의 생각을 읽을 수가 없다.

예전의 그의 책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은 막힘없이 술술 잘 읽혔다.
이화여대에서의 그의 강의는 머리를 지나 가슴을 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정치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의 그의 말과 글, 행동은 쉬이 소화할 수가 없다.
내가 문재인 지지자라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문재인과 각을 극명히 세우는
박지원이나 천정배 등의 언동은 이해하기가 쉽고 공감이 가기까지 한다.
하지만 안철수는, 그는 과연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둘이 힘을 합치든 말든 내년 총선은 새누리당이 이길 것이다.
민주화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각종 사건 사고가 만발하고
인사 문제, 경제 문제, 남북 문제, 국방 문제 등 어디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는 데도
박근혜가 잘하고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45%에 달하는 나라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는,
어떤 방법으로 세를 뒤집으려고 하는 것일까.
아니, 세를 뒤집으려는 생각은 과연 있는 것일까.

그의 생각을 읽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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