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좀 뜸해졌는데 가끔 싱가포르의 헤드헌터들에게서 메일이 올 때가 있다.
싱가폴에 지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에 좋은 자리가 있는데 한번 지원해보지 않겠냐는 제안들인데,
모두 일언지하에 거절하긴 했지만, 가끔 생각을 해보곤 한다.
이런 경로를 통해 아예 외국에 나가서 살게 된다면 어떨까, 하고 말이다.
이러한 방식의 이직은 물론 해당 국가에서 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문서 상으로는 지금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직장인이므로)
집이나 차 등 어떤 특별한 혜택도 포함하지 않는다. 그냥 이민 가서
그 나라의 일반 직장인처럼 사는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보다 돈은 더 받을 수 있을 테고
아이 영어 교육 등 여러 가지 장점도 있겠지만 다수의 문제 또한 동반한다.
특히나 주재원이 아니라 아예 이민으로 사는 경우는 더욱 심할 것이다.
다른 언어로 인한 불편함, 친척/친구와 떨어져 사는 외로움,
한국에서 쉽게 접하던 것을 (음식이나 문화생활 등) 포기해야 하는 답답함,
미래에 대한 큰 불안감, 그리고 주재원으로 와서 좋은 대접 받으며 살아가는
다른 한국사람들을 볼 때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까지.
어지간한 멘탈이 아니면 엄두를 못 낼 것이 외국으로 이민해 사는 것일 테다.
한국에서의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이민간 분도 많겠지만
더 나은 기회를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훌훌 털고 외지에서 뿌리를 박은 분들을 보면
감탄과 더불어 존경심까지 느껴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점점 손에 쥔 것이 많아지게 되고
선택의 상당수는 다른 것을 쥐려면 지금 손에 쥔 것을 놓으라고 요구한다.
내 손에 쥔 것은 십 년 전보다, 처음 입사할 때보다 굉장히 커졌다.
이것을 과연 놓아버리고 새로운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회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