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드디어 득남하였다. 일찌감치 제왕절개를 선택한지라 다가오는 출산일의 공포라든가
극심한 진통은 겪지 않았으나 역시나 생명을 낳는다는 것에 지름길은 없기에
신체적 고통은 다른 모습으로 찾아와 아내를 힘들게 했다. 어쨌든 10여일이 지난 지금 산모, 아이 모두 건강하니 다행.
나를 쏙 빼닮지 않을까 하는 예상과는 달리 제 엄마를 닮아 선이 굵은 얼굴을 하고 있어 첫만남때부터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 어떻게 얼굴이 변할지는 모르겠으나, 돈도 없고 빽도 없는 부모 밑에서 자랄 아이인데
얼굴이라도 잘 생기면 살아가는 데 엄청난 무기가 될 것이다. 가지지 못한 자에게 너무도 냉정한 세상이므로.
하긴, 어디 냉정할 뿐이겠는가. 악하고 부도덕하고 정의롭지 못한 데다가 이기적이기 짝이 없는 사회가
앞으로 기다리고 있으니, 자라면서 얼마나 힘들어하고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릴지,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기도 하고 이런 세상에 아이를 낳은 것은 좀 무책임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은 해주고 또 어릴 때부터 강하게 키워 어떻게든 삶의 어려운 고비들을 잘 넘길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한다.
오래 생각해왔던 육아의 철칙들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의연하게 하나씩 실천해볼 것이다.
아이나 부모에게나 쉽지 않은 길이겠으나, 서로에게 기대고 위로 받고 힘을 얻으며 어떻게든 잘 헤쳐나가야할 것이다.
끙끙거리며 아내의 품에 안겨있는 아이를 보고 있자면 꼼지락거리는 어린 생명에 크나큰 사랑을 느끼는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이 어깨를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