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병장수를 삶의 기치로 내걸고 간절히 염원하는 나지만
가끔씩 자신을 돌아보면 과연 ‘무병’과 ‘장수’를 거머쥘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곤 한다.
담배는 입에 대지도 않고 술은 가끔 맥주나 한두 잔 할 뿐이며,
안 좋은 가공식품도 가능하면 먹지 않고 어떻게든 소식하러 간헐적 단식까지 하고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신경성 위염, 위궤양, 위염, 장염, 위경련,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
각종 위장 관련 질병을 가지고 살아온 데다가 선천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민감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어 무병장수의 필수요소인 ‘오래된 질병이 없을 것’과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강할 것’을 전혀 만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스트레스 관리는 그냥 성격이 그렇게 생겨 먹다 보니 어떻게 손을 댈 수조차 없다.
기분 좀 좋아지자고 컴퓨터 게임 몇 시간 하거나 만화책 몇 권 읽고 나면
그렇게 시간 날려 먹은 것에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는 체질이니 이걸 어떻게 한단 말인가.
별것 아닌 일에도 걱정을 많이 하고 긴장하는 체질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였다. 위장병의 발현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은데
정신적 스트레스와 위장상태가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연구도 있는 걸 보니
원인과 결과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다.
주위를 보면 굉장히 멘탈이 강한 사람들이 더러 있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도 ‘어떻게든 되겠지 뭐’하며 조금의 걱정조차 하지 않고
자기 실수로 일이 틀어지더라도 ‘괜찮아 별것 아냐’라 웃어 넘기며
아예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더라도 ‘다들 이해하겠지’하며 일말의 죄책감조차
갖지 않는 사람 말이다. 분명 주위 사람들에겐 이모저모 피해를 줄 것 같은 타입들이지만
정작 본인들은 항상 싱글벙글, 희희낙락이다. 이들이 한숨을 연거푸 내쉬거나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하는 모습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지경.
잘은 몰라도 술 담배와 비만 정도만 조심한다면 이 사람들은 분명 발전된 의료기술의
혜택을 받으며 굉장히 오랫동안 잘 살지 않을까. 그야말로 '무병장수'를 누리며.
내 가치관과는 굉장히 다른 인생이긴 하나 요즘은 못내 부럽기까지 하다.
어떻게든 나도 오래오래 살아야할 텐데 이런 위장과 이런 멘탈을 어찌 관리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