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처럼 주말에 출장 나와 호텔에서 일하거나 공부하는 날이면
일이나 공부 자체보다 날 쉬게끔 만드는 유혹과 하루종일 맞서 싸워야 한다.
그리고 이 싸움은 무척이나 힘들다.

굉장히 좋은 호텔에 어느 것 하나 부족할 것 없는 쾌적한 환경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조금만 쉬었다 할까'하는 유혹이 끝도 없이 어디선가 뿜어져 나와
어느새 스마트폰을 켜게 되고 음악을 듣게 되고
인터넷을 서핑하다 침대에 누워 한잠 청하기 십상인데,
그러다 보면 어느새 귀한 하루가 다 가고
저녁 노을이 질 때 쯤에는 후회과 아쉬움, 자책이 물밀어 오게 된다.
그나마 오늘은 아침부터 '네이버 금지', '유튜브 금지' 같은 제약을 걸었기에
소기의 성과는 얻을 수 있었지만 역시나 진이 빠질 만큼 쉽지 않은 싸움이었다.

제법 나이를 먹고 경험도 쌓인 나도 이럴진대
더 많고 강한 유혹 속에 더 많은 것들을 감당해야하는 어린 학생들은 어떨까.
공부하라, 조금만 참아 좋은 대학 가면 편한 미래가 온다라 가르치지만
혹 우리 어른들은 자기들도 참아내지 못할 초인적 인내와 영웅적 승리를
채 머리가 굵어지지도 않은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스마트폰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데 어떻게 아이가 그걸 뿌리치겠는가.
내가 '식후땡'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날마다 늦잠에 헤매이는데
어찌 아이는 담배는 손에도 대지 않고 매일 새벽 네 시에 일어나
사서삼경을 낭독하길 바란단 말인가.

곧 세상에 나올 내 아이도
해야할 일이 너무 많은 이 힘든 세상에서
해야할 일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수많은 유혹거리와
하루하루 한껏 불리한 씨름을 하여
가끔은 이기기도, 어떤 날은 비기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날은 1회 KO 패를 당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 전쟁을 대신해 줄 수도 없는 부모로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나부터 내가 해야할 일을 흔들리지 않고 꿋꿋이 하며
일종의 모범을 보이는 것밖에 없지 않을까. 그래야 내가 하는 말을 아이가 조금이라도 더 신뢰할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더욱더 독해져야 하리라. 지금의 나는 너무 물크러져 있으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92 [잡담] 더위는 좋은 시금석 문★성 2018.07.23
591 [잡담] 심지 않은 데서 거두길 바라니 문★성 2018.06.27
590 [잡담] 월드컵이 코앞 문★성 2018.06.04
589 [잡담] 멋 부리는 데 돈 쓰기 문★성 2018.05.04
588 [잡담] 균형 잘 잡아야 한다 문★성 2018.04.22
587 [잡담] 무한도전 종영 문★성 2018.04.06
586 [잡담] 세상 사는 건 말야 문★성 2018.04.02
585 [잡담] 외출 한번 하기 힘드네 문★성 2018.03.18
584 [잡담] 시간이 없다 문★성 2018.03.12
583 [잡담] 사람에 대한 판단은 천천히 문★성 2018.02.25
582 [잡담] 왜 평창을 가지 않는가 문★성 2018.02.19
581 [잡담] 인터넷 여론 문★성 2018.02.11
580 [잡담] 2018년 1월을 마감하며 문★성 2018.02.02
579 [잡담] 빵과 과자만 끊어도 문★성 2018.01.21
578 [잡담] 내려놓기 문★성 2018.01.15
577 [잡담] 새로운 시작 문★성 2018.01.03
576 [잡담] 끝없는 불만족 문★성 2017.12.17
575 [잡담] 가장 집중이 잘 되는 곳 문★성 2017.12.10
574 [잡담] 이 길로 가라 문★성 2017.12.01
573 [잡담] 캐롤 앞에 서서 문★성 2017.11.05
572 [잡담] 늙어보인다 문★성 2017.10.22
571 [잡담] 통념이 곧 진실은 아니니 문★성 2017.10.15
570 [잡담] 고리 끊기 문★성 2017.10.06
569 [잡담] 일은, 하면 는다 문★성 2017.09.08
568 [잡담] 요즘 심정 문★성 2017.07.31
567 [잡담] 면역 문제 문★성 2017.07.23
566 [잡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문★성 2017.07.16
565 [잡담] 약발 문★성 2017.07.06
564 [잡담] 그랬군 문★성 2017.06.25
563 [잡담] 먼지를 털어내며 문★성 2017.06.22
562 [잡담] 일하기 좋은 시기 문★성 2016.10.17
561 [잡담] 워크-라이프 밸런스 문★성 2016.10.03
560 [잡담] 1일1식의 후유증 문★성 2016.09.21
559 [잡담] 마지막 출장, 마지막 출근 문★성 2016.03.27
558 [문성의 결혼이야기] 4월부터 새로 시작 문★성 2016.03.17
557 [문성의 결혼이야기] 유한킴벌리 복귀 확정 문★성 2016.02.12
556 [문성의 결혼이야기] 신체검사 문★성 2016.01.18
555 [문성의 결혼이야기] 리더#6 - 안철수 문★성 2015.12.13
554 [문성의 결혼이야기] 이민은 못 가요 문★성 2015.12.05
553 [문성의 결혼이야기] 알아서 기는 아기 [2] 문★성 2015.11.15
552 [문성의 결혼이야기] 육아가 남기는 것 문★성 2015.09.27
551 [문성의 결혼이야기] 리더 #6 - 문재인 file 문★성 2015.09.15
550 [문성의 결혼이야기] 부끄러운 인생 문★성 2015.08.16
549 [문성의 결혼이야기] 시간아 빨리 천천히 가다오 문★성 2015.08.09
548 [문성의 결혼이야기] 득남 19일째 문★성 2015.07.23
547 [문성의 결혼이야기] 득남하다 file 문★성 2015.07.17
546 [문성의 결혼이야기] 리더#5 - 박근혜 (1) file 문★성 2015.06.16
545 [문성의 결혼이야기] 조현아는 집행유예 문★성 2015.05.30
544 [문성의 결혼이야기] 무병장수 문★성 2015.05.24
» [문성의 결혼이야기] 유혹과의 싸움 문★성 2015.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