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곧 태어날 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고심하던 나는
지난주 또다시 터진 정치권의 대형 비리 사건과 (성완종 리스트)
세월호 사건에 신음하는 사망자/실종자 유족을 비난하는 데 여념이 없는 주요 언론/일부 여론을 보며
내 자신의 작은 노력이 과연 얼마나 아이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회의를 느껴야 했다.
아무리 내가 애쓰면 뭐하나. 사회는 이토록 악한데.
가진 자, 강한 자들은 없는 이, 약한 이들을 속이고 갈취하고 그 고혈을 탐닉하고 있는데
그 피해자들은 서로를 위해 어깨를 걸기는 커녕 서로를 헐뜯고 비난하고
조금이라도 남을 더 뜯어먹으려고 기를 쓰는 사회.
뉴스를 보면 훈훈하고 따뜻한 소식은 가뭄에 콩 나듯 접하기 어렵고
매일 각종 지저분한 비리, 천인공노할 흉악범죄, 허탈하기 짝이 없는 갑질에 대한
씁쓸한 소식만이 가득하며,
자기들은 얼마나 가진 것이 많길래 기득권자를 옹호하는데 정신이 없는
일베나 어버이 연합, 위 사진의 엄마부대봉사단 같은 말종들이 도처에 널려있고,
진실을 호도하고 권력에 아첨하는 언론들이 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 악한 사회에서
과연 내 아이는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해 제대로 판단을 내리며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을까.
정의가 무엇인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바르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인가.
단식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세월호 유족 앞에서 치킨과 피자를 뜯으며 폭식투쟁을 벌인
일베의 청년들은 꼭 그 부모들이 똑같은 부류라 그렇게 성장한 것은 아닐테다.
먹고 살기 바쁜 부모들의 무관심, 혹은 잘못된 관심 속에 아이들이 엇나간 것도 있겠지만
이 오염된 사회에서 때에 절을 대로 전 어른들의 더러운 날숨을 받으며 자라나는 아이들이
올바른 생각을 가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내 아이 또한 그렇게 오염되어 갈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정신이 흐려지고 눈앞이 캄캄해진다.
내가 민주주의 혜택을 풍성히 누리며 자라온 것은
4.19나 광주 민주화 운동, 6월 항쟁 등으로 보다 나은 세상을 허락해 준 선배 세대 덕분일 것이다.
내 다음 세대의 선배로서, 이런 꼴사나운 사회를 물려주고 있음에 비참한 부끄러움마저 느끼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