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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전병욱 목사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글쎄 삼일교회를 떠나 새로 개척한 홍대새교회란 곳의 교인이 벌써 1500명이 넘었다고 한다.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추한 악행을 저지른 사람이고 그 오명은 인터넷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설교가 좋아서 (내가 볼 땐 다수), 혹은 그 잘못을 인정할 수 없거나 잘 몰라서 (내가 볼 땐 소수) 그의 옆에 있는 사람이 그렇게나 많다는 말이다.
아직 피해자에게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고 노회로부터 제대로 된 징계도 받지 않은 그가
여전히 제법 잘 나가는 것을 볼 때 (비록 교인 수는 2만 명에서 1500명으로 급감했지만),
만약 문제가 생겼던 수 년전 자기 잘못을 깨끗히 인정하고 올바른 조치를 취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안식년이니 뭐니 하는 거짓으로 숨지 말고 용기를 짜내 대예배당에 서서
"제가 하나님과 교인들, 그리고 무엇보다 피해자매들 앞에 큰 죄를 저질렀습니다"라 고백하고,
교회를 깨끗하게 사임한 후, 마땅한 모든 법적/교회적 징계를 받고, 제대로 된 정신치료까지 받은 후,
힘든 곳 어려운 곳에 가서 낮은 자세로 2,3년 정도 봉사활동을 했다면 어땠을까?

피해자를 일일이 찾아가 그 앞에서 무릎꿇고 진심으로 용서를 빌고,
그들이 신천지니 꽃뱀이니 하는 이상한 소문이 돌 때 "그렇지 않다. 내가 죄인이다"며 이를 바로잡고
추종자들이 교회를 다시 새우자 그를 부추길 때 오히려 이를 질타하며 본교회를 위해 더 최선을 다해야 한다 권면하며
본인도 낮은 자세로 교회를 섬기며 조용히 반성하였다며 어땠을까.

그렇다면 그의 끔찍한 죄악은 그렇게 발가벗겨지지 않았을 것이며,
피해자들도 조금은 짐을 덜 수 있었을 것 아니겠는가. 적어도 그가 피해자에게 말한 추한 녹취내용이
인터넷에 돌아 다니지는 않을 것이고 그가 죽을 때까지,
혹은 죽어서도 떨어지지 않을 성범죄 목사 타이틀도 지금쯤은 어느 정도 희미해졌을 것 아니겠는가.

그렇게 하였다면,
4년이 넘은 지금 그가 어느 청년들 많은 도시에 조그마한 교회를 하나 연다고 한들
그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이 이토록 많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범죄 후 다시 돌아온 다윗이 될 수도, 쓰러져 가는 한국교회의 희망으로 다시금 자리매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범죄목사를 따른다 손가락질 받는 1500명이 아니라, 돌아온 목사를 응원하는 15,000명이
그의 설교를 매주 들으며 다시금 힘을 얻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예상이 물론 틀릴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일련의 과정들과 많은 잡음들을 생각해보면,
그 때 그가 좀 더 용기있고 현명한 대처를 했었더라면 적어도 피해자나 그를 포함한 모두가 지금보다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전병욱 목사는 나의 이십 대 후반을 가득 채운 리더였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몇십 명 출석하지 않던 조그마한 교회를
청년들 수만 명이 가득찬 뜨거운 교회로 만들었고 지식과 열정으로 많은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은 능력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뒷면에 켜켜이 쌓여가던 추악한 범죄와 그 이후 보여준 비겁한 행동으로 인해
모두에게 손가락질 당하는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단면'으로 추락했으며 덩달아 그가 이끌어오던 한국교회의 미래도
까마득한 절망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리더의 도덕은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 더불어 잘못을 당당히 시인할 줄 아는 용기까지.

도덕과 용기가 없이 그저 능력있고 카리스마만 있는 리더가 조직을 어떻게 말아먹는지
전병욱 목사는 그 전말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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