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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예전 일기를 살펴보다 2008년 초입의 어느 일기에서 재밌는 구절을 발견했다. 나보다 일곱 살 정도 어린후배를 만났었는데 이 친구가 굉장히 뜨거운 열정으로 고시, 어학연수, 외국어 공부 등 미래에 대한 여러가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것에 감명을 받은 모양이었다. 그 날의 일기는 아래와 같이 끝이 나고 있었으니 “이 녀석이 서른이 되면 아마 지금의 나보다는 여러모로 더 좋은 사람이 될 것 같다. 그 때 스스로에게나 이 녀석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멀찌감치 앞서 나간 서른 일곱의 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윽고 칠 년이 지나 그는 서른이 되었고, 나는 서른 일곱이 되었다.

그 친구가 7년 전의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었는지도 확인하지 못해 잘 모르겠고, 더불어 지금의 내가 당시의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어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이것저것 좋아진 면은 분명히 있다. 당시 일기를 가득 채우고 있던 고민 – 돈, 결혼, 외로움, 영어 등 – 을 제법 잘 해결해왔고, 무거운 활자로 그려놓은 당시의 답답함 감정, 미숙한 인간관계 및 어리숙한 상황 대처들이 치기 어렸다 느껴질 정도로 이래저래 자신이 많이 성장한 것 또한 느낀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자기 계발을 더 해보려고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어 치열하게 관리하던 당시의 열정을 잃었고, 어떤 주제를 만나면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공부를 계속했던 열의를 잃었으며, 겁없이 신춘문예까지 목표로 하며 소설, 시, 노래가사, 수필 등 각종의 글을 양산해내던 그때의 의지와 재능을 잃었다.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인생을 나누던 따스한 관계를 잃었다. 이런 날 보면, 서른 살의 나는, 혹은 이제 서른이 된 그 후배는 뭐라고 평하게 될까.

지난 7년 부던히 노력해왔다 자부할 수는 있으되 그 결과물을 자부할 수 없기에 꾸짖는 사람 없어도 보이지 않는 내 스스로 앞에 고개를 숙여 반성하게 된다.
얻은 것이 잃은 것보다 많다라 스스로를 보듬기엔 상실된 부분에 스며드는 찬 바람이 너무 시리다.
어떻게 보면 누구나 걸어가곤 하는 인생의 내리막을 나 또한 걸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해지기까지 한다.

서른 살의 나는 전심으로 달렸으나 서른 일곱의 나는 떨어진 체력을 불평하며, 애궃은 날씨틀 탓하며 천천히 걷고만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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