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간접적으로 접해온 모든 공인 중에서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음악가 신해철이 겨우 4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며칠 동안 의식불명이었다고는 하나 바로 몇 주 전에 SNL코리아나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것을 보았기에
그의 죽음은 일단은 너무도 갑작스러웠고 곧이어 굉장한 허탈감과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엉이바위에서 몸을 던지던 날의 충격에 비할 수 있을까.
어려서부터 그가 던지는 메시지와 철학에 크게 영향을 받았으며,
나보다 열한 살 많은 그가 이런저런 삶의 질곡을 거치면서 독해졌다 유해졌다 변해가는 것이,
마치 내 인생길에 저만치 앞서 걸어가며 ‘이렇게 살아봐라’하는 이정표를 제시해주는 것 같았기에,
자기관리를 잘하지 못해 뚱뚱보에 라이브 실력도 형편이 없어진 그를 보면서도
나는 여전히 열광했고 아이폰이든 MP3이든 그의 음악을 빼놓지 않고 들고 다녔었다.
돌아보면 노래 하나하나에 담긴 추억도 어찌나 많은지,
‘안녕’은 스무 살 세벌식 타자를 배울 때 대본으로 써서 수백 번 따라 쳤을 만큼 사랑한 곡이며,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소심한 내가 무려 ‘대학교 기숙사 가요제’ 때 사람들 앞에서 불렀던 곡이다.
‘HOPE’는 좌절로 마음이 무너졌던 시절 수도 없이 들으며 그 무엇보다 큰 힘을 주었던 곡이며
‘민물장어의 꿈’은 예전에 몇 시간 동안 반복해서 틀어놨다가 가족에게 혼났을 만큼 끝도 없이 들었던 곡이다.
‘힘들어하는 연인들을 위하여’는 노래방에서 가장 자신감있게 불러댔던 곡으로 기억하며,
‘사탄의 신부’는 무척 좋아하면서도 기독교인으로서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면서 들어야 했다.
‘날아라 병아리’는 괜한 루머에 테이프 하나를 거꾸로 감아버리게 했던 실수를 저지른 곡이며,
‘나에게 쓰는 편지’, ‘DREAMER’, ‘길 위에서’는 백지에 가사를 베껴 적은 것만 수십 번이었다.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는 야간자율학습 시 가슴 끓는 감동과 함께 들었던 아련한 기억이 있고,
‘일상으로의 초대’는 결혼식 축가로 써야지 하는 마음을 먹게 해준 곡이었다. (결국 못썼지만)
한국 가요 역사상 최고의 곡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그대에게’는 전주만 들어도 여전히 가슴 설레지만,
내 인생 최고의 한 곡을 뽑으라면 역시, 어린 나이에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답을 고민하게 했던 ‘나에게 쓰는 편지’가 아니었나 싶다.
내 인생 그 어느 가수, 작가, 정치가도 이렇게 내 인생에 영향을 주진 못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확신한다. 그렇기에 천재라 불리기 모자람이 없는 그의 노력과 영향력에
다시금 깊이 감사를 드리며, 가족들이 이 어려움을 잘 이겨내길
그리고 그의 노래와 행적이 오래오래 기억되고 사랑받길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