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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네 시. 여기는 방콕. 한국은 저녁 여섯시가 되었겠군.
정오부터 시작한 주말용 밀린 일의 전반부를 방금 마쳤다. 질리고 지쳐서 후반부는 내일 교회 다녀와서 할 계획.
혼자 출장 나와 있는지라 아내도 없고 친구도 없고 일도 없는 토요일의 오후란 소리다.
자, 그럼 난, 이제부터 무엇을 할 것인가.

아침에 끄적거린 '오늘의 할일' 리스트를 보니 아직 체크되지 않은 몇 가지 항목이 있다.

"문성닷컴에 글 한 편 쓰기"

"호텔에서 운동하기"

"방콕 수쿰빗에 외출 다녀오기"

물론 이건 어느 정도 노력이 필요한 것이라 따로 적어놓은 것 뿐, 이 외에도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하릴없이 인터넷 서핑하기, 아이패드로 게임하기, 드라마 보기, 밀린 잠 자기, 책 읽기 기타 등등.
하지만 오늘 내게 주어진 시간은 평소 취침시각을 생각해봤을 때 기껏해야 7시간. 이 모든 것을 다 하기엔 부족한 시간이다.
낮잠 + 인터넷 서핑 + 외출, 요 세가지만 해도 반 나절은 그냥 날라가 버릴테다.

그렇다면 이 한정된 시간 동안 나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이것은 비단 오늘만이 아니라 내일도 모레도, 매일 같이 이어질 고민이다.
다른 사람은 어떠할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내겐 그렇다.

대부분의 경우 '해야할 일'을 '하고 싶은 일'보다 우선순위로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된다.
내일 발표가 있어 준비를 '해야'하는 상황에서는 밖에 나가 밤새도록 놀고 '싶은' 욕구를 뒤로 미루는 게 낫고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는 다짐으로 게임를 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이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할 일'을 먼저하는 것은 진정코 쉽지 않다. 오늘 같은 주말이나 공휴일은 더욱 그러하다.
지금 2014년 3월 29일의 난 겨우겨우 의지를 다져 이렇게 글을 쓰고 있고 오후에는 헬쓰장에 가서 땀을 흘릴테지만
이런 주말이 백 번 있다면 팔십 번은 '하고 싶은 일'에 굴복할 것을 내 스스로 잘 알고 있다.

 '해야할 일 = 하고 싶은 일'의 공식이 성립된다면야 더할 나위 없겠지만 삼십 넘어 '중급' 과정에 들어간 인생이란 수업은 그리 쉽진 않더라고.
그러니 굴복 팔십 번을 칠십 아홉 번으로, 칠십 여덟 번으로 줄이기 위해 조금씩 더 애를 쓰면서 사는 수밖에.
한 번 받는 수업, 이왕이면 내 스스로 마음에 드는 썩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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