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아닌 악필은 양해를 부탁 드리며)
출장길에 피터 드러커의 저서를 한 권 읽었는데
많은 자기계발서의 개념적 토대가 된 책이라 그런지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내용이 주를 이루고
좀 고루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어 그리 재밌진 않았으나 한 가지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었으니,
피터 드러커가 만나온 진정한 '프로페셔널'들은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를 계획하는 것보다
시간을 실제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기록과 검토, 보완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이들은 아침에 일어나면서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혹은 잠을 자는 시간까지 실제 소요시간을
상세히 기록한 후 자기가 생각했던 것과 어떻게 다른지, 어떤 부분을 개선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반성을 주기적으로 하는데, 이를 통해 업무나 인생의 효율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계획작성에는 굉장히 공을 들여왔으며
프랭클린 플래너, 마인드맵, 20분 시간계획 등 다양한 시간관리 도구를 써온 나이지만
실제로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를 상세히 기록한 적은 거의 없었기에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온 내용이었다.
그래서 내친 김에 주말 내내 내가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를 죽 한 번 노트에 적어봤는데
이거 진짜 문제투성이었다. 업무가 생산성 향상에 관한 것이다보니 내 스스로도 자부할 수 있을 정도로
효율적으로 살고 있다 자부했는데 왠걸, 의미없이 허투루 날라가는 시간이 어마어마했고
시간의 실제 배분도 내가 생각해왔던 것과 많이 달랐다. 예컨대 한 2시간 정도 일하고
20분 정도 쉬었다고 생각했왔던 것이 실제는 50분을 일하고 1시간 30분을 쉬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는 중압감에 평소보다 더 엄하게 스스로를 통제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루 24시간이라는 크로노스적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다. 내가 장수할 것 같지는 않으니
내게 남은 시간도 굉장히 많다고도 생각하긴 어렵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불필요한 일, 의미없는 일을 인생에서 버리고
내 스스로의 성장과 발전, 좋은 관계와 건강, 그리고 사회에 의미있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배분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주는 아니겠지만 한 번씩 이런 식의 기록을 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모든 것을 완벽히 통제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가 어떻게 살고 있고, 또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어디있는지는 알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