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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의 결혼이야기] 응답하라

문★성 2013.12.14 21:18 조회 수 : 38


내게 있어 올해 최고의 드라마를 뽑는다면
잠시의 주저함도 없이 ‘응답하라’ 시리즈를 고를 것이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올해 그나마 제대로 본 드라마라고는
‘응답하라 1997’과 ‘응답하라 1994’ 두 편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1994는 아직 종영도 안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다른 드라마를 많이 봤다고 해도 찬사의 대상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
이 시리즈의 세련된 연출이나 맛깔나는 스토리, 개성있는 캐릭터도 매력있긴 하지만
무엇보다 나 같은 삼십 대에게 아주 강력하게 어필할 수 있는
두 가지 영역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1990년 대라는 배경이다.
영화 ‘건축학 개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던 미개척지.
70~80년대보다는 멀지 않은 과거라 쉽게 회상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천년 대 중반처럼 너무 가깝지도 않아
적당히 채색되고 적당히 그윽한 향수를 자아내기 충분한 시기가 바로 90년 대이다.
그러니 응답하라에 나오는 시대적 사건들과 배경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주 생생한,
그러면서도 따뜻한 그리움을 만들어낸다. “그래, 저때는 저랬었지”

두 번째는 스무 살이라는 등장인물들의 나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대기업의 상속자 노릇을 하고 있다는 식의
비현실적인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여 몸은 어른이지만
생각하는 것은 아직 어린애 티를 못 벗은, 그래서 계속 실수하고 넘어지지만
그러면서도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진짜 스무 살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각도와 세기는 달랐겠지만 나의 스무 살 역시 실수 투성이였고 실패의 연속이었고,
그러면서 생각이 여물어가고 인생관이 자리 잡힌 시기이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것이다. 그러니 이리저리 부딪치며 멍들어가는
응답하라의 등장인물들을 보는 시청자들의 반응은 아마도 이럴 것이다.
“그래, 저때는 저랬었지”

응답하라 시리즈는 이렇게 두 가지 감성 영역을 건드려
계속해서 우리로 하여금 “그래 저때는 저랬었지”라는 반응을 하게 만든다.
그러고 보면 드라마의 제목 ‘응답하라’는 나같은 시청자에게
던지는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너의 90년 대는 어땠니?
너의 스무 살 시절은 어땠니?
저 때 너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니?
그 때 네 옆에 있던 사람들은 기억나니?
그 때의 네 꿈과 고민들을 어디로 갔니?
다시 돌아가고 싶니?

답해보렴,
응답해보려무나.
응답하라!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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