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결혼한 지 한 달도 안 되었는데
벌써 두 번째 해외출장길에 오르기 위해 인천공항에 와 있다.
공항라운지에 초연히 앉아, 바삐 오가는 사람들을 멍하니 보고 있자니
새삼스레 깨닫게 되는 진리가 있다.
"결혼식과 신혼은 달콤한 것이로되 현실은 여전히 쓰다"
꿀 몇 숟갈이 쓴 한약의 첫맛은 밝혀주되
그 맛을 송두리채 바꿔놓을 수 없는 것처럼
흔히 '단꿈'이라 표현되는 신혼의 이면에는
평생 업고 가야될, 가끔은 다투기도 하고
그러다가 가끔은 피떡이 되도록 나를 두드려대는 이 인생이란 녀석이
예전과 동일한 부피와 무게로 발 앞에 놓여져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나는,
또 다시 비행기를 타고 나가서 일을 하고 돈을 벌고 미래를 걱정해야 하며
한국에 돌아올지 말지, 돌아오면 어디로, 언제 돌아올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결혼을 하더라도 끝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결혼에 대한 걱정만 마무리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