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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의 인생사전] 033 - 얽매임

문★성 2013.08.25 15:37 조회 수 : 47

가까운 회사 상사 중 한 분이(한국인) 고마운 충고 한 마디를 해주셨다.
같이 업무를 함에 있어 내가 무언지는모르지만 어딘가 - 예컨대
규정, 규약, 윈칙, 질서 등에 제법 얽매여 있고 이런 것들을 지키려는 강박을
가지고 있음을 느낀다고 하셨다. 좀 더 '후리'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함께.

사실 지난 몇 년간 업무에 있어 더 개발하고 고쳐야 될 부분에 대해
피드백을 받은 적이 거의 없었다. 킴벌리 클라크에서는 내 직속상사(외국인)이
워낙 자기 일에 바쁘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해 그렇게 높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는 충고를 별달리 준 적 없었고
유한킴벌리는 문제만 일으키지 않으면 워낙에 그냥 내버려두는
기업문화이다 보니 역시 크게 간섭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언젠가부터 적어도 업무에 있어서만큼은
내가 항상 옳다, 잘한다, 괜찮다는 고집을 키워가고 있었으며
누군가와 충돌이 되는 상황이 되면 아무런 고민없이
'난 옳고 너는 틀리다' 혹은 '난 이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였다.
누구나 내 입장이 되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와 같은
결론에 조기에 내려놓기 일쑤였다.
참으로 쉬운 직장생활을 해온 셈이다.

사실 이 분이 내게 주신 피드백을 명확하게 캐치하지는 못하였다.
내가 어떤 틀을 정해놓고 그 틀을 따라 가려는 노력을 경주하는 것 자체가
답답하게 느껴지신 것인지 아니면 나이에 비해 자유분방함이
부족해보이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이 주제에 대한 우리의 대화는 길지 못했다.

하지만 누군가가 '좀 더 잘해', '넌 부족해'라 일갈해준 것 하나만으로도
의욕 없어 굽어있던 허리가 펴지고, 많은 걱정에 쭈끌해진 미간이 매끄러진 기분이었다.
아직 내겐, 내가 스스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는 단점과 부족한 부분이
너무도 많다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인지한 것만으로도 그 날 업무에 임하는 태도가
다소간 달라져 있임을 느낄 수 있었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면 더 많은 충고와 평가를 들어야 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조차 그분이 말하는 '얽매임'의 여러 가지 중 하나라면
이 역시 고쳐야 할 점이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보기에도 난 정말 무언가에 많이
얽매여 있는 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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