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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의 인생사전] 032 - 생각과 말

문★성 2013.08.19 09:00 조회 수 : 28

흔히들 사람은 아는 만큼 말한다고 한다.
언어라는 것이 사고(思考)의 틀을 벗어날 수 없기에
더 아는 사람은 더 많이 더 잘 말할 수 있고 지식이나 지혜가 부족한 사람은  
구사할 수 있는 언어의 다양성과 깊이가 남들에 비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언어가 사고의 결과물이라는 획일적 일방성에 대해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볼 여지도 있다. 언어가 사고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반대로 언어 자체가 생각 자체를 결정지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 놀라운 이야기를 전해들은 두 사람이 있다고 치자.
둘은 똑같이 밤에 일기장이나 SNS를 열어 그 날의 일을 회상하는데
그 중 한 명은 이런 상황에 쓰일 적절한 단어들을 숙달하였기에
아래와 같이 당시의 상황을 묘사하였다.

“실로 경천동지할만한 소리였다. 정오의 내리쬐는 태양에도 불구하고
차갑게 식은 땀 여러 방울이 등을 가로질러 비처럼 흘러내렸고
뒷골이 쭈뼛하게 꼳추서는 것이 느껴졌다. 성마른 하늬바람이 아스라진 정신을
다시 제 자리로 돌려놓기까지 난 그저 웅하고 목을 울리고 있을 뿐이었다”

전혀 다른 언어습관에 젖어있는 두 번째 사람은 아래와 같이 묘사하였다.

“우와아아아아아. 진짜 대박!!! 쩐다 세상에 세상에!!! ㄷㄷㄷㄷㄷㄷㄷㄷ
헐. 정말 쩌는 대박소식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두 사람의 지식이나 지혜의 차이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
첫 번째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더 다양하고 세세한 표현들을 통해
본인이 겪었던 일들을 더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있고,
또 그렇게 기억할 수 있지만 두 번째 사람은 그저 느낌표의 개수나
‘ㄷㄷㄷ'의 숫자로 상황의 강약을 강조하는데 그칠 뿐이다.
첫 번째 경우가 당사자로 하여금 더 깊은 사유를 가능케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물론 언어적 ‘앎’의 차이가 다른 표현을 내게끔 만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못지 않게 평소에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표현을 써왔는가,
그리고 그 말을 하게 되는 공간적 시간적 상황이
각 순간에 우리가 만들어내는 말에 영향을 미친다.
반대로 부단한 연습과 적절한 언어세계와의 접촉을 통해
넓어진 언어의 폭은 한층 더 깊고 풍부해진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다시 말해 언어는 사고에 의해 결정지어지는 수동태이기도 하지만
사고 자체를 결정지을 수 있는 능동태로서도 기능한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블로그니 인터넷 게시판니 SNS니 카톡이니 해서
젊은이들이 문자를 공전에 전후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생산함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사고의 폭이 예전에 비해 더 획일하되고
단순화되고 쉽게 매스미디어에 휘둘리는 것은 위에 언급한
여러가지 플랫폼이 우리의 언어를 너무 제한하고 억누르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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