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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의 인생사전] 030 - 인정

문★성 2013.07.29 21:22 조회 수 : 42

시간을 내어 동양철학책을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왜 내 밥벌이와 아무런 상관 없는 이런 책을 머리 아파하며 읽고 있는 것일까.

더 유식해지기 위해서? 더 지혜로와 지기 위해서?

맞다. 그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면 난 왜 더 유식해지고 더 지혜로와 지기를 원하는가.

유식과 지혜 자체에 대한 갈망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나를 그렇다고 인정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일까.


부끄러운 일이지만 아무도 나의 변화를 깨닫지 못하는 경우에도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큰 자신이 없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므로 어쩔 수 없다'식의 식상한 변명을 내세울 수도 있겠지만

남의 눈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은, 아주 심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매사에 누군가의 '인정'을 내심 바라고 있는 나를 부정할 순 없다.


이러한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여러 학설에 기대어

문성 개인에 국한되지 않는 인간의 보편적 욕망이라 상정한다면

나의 죄책감과 부끄러움은 어느 정도 상쇄되는 한편

현대의 여러가지 사회적 문제의 이유도 설명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아내가, 내 자식들이 나의 노력과 성과를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나아가 이 사회가 나의 고군분투를 하잖게만 여긴다면

내가 무슨 힘으로, 지금도 꽤나 벅찬 삶의 물결을 거뜬히 받아낼 수 있겠는가.

이런 식으로 인정받지 못한 개인이 복수가 되고 집단이 되고 다수가 되면

우리 사회는 살수대첩 때 강을 가득 채운 수나라군 시체처럼

삶의 물결을 견뎌내지 못해 사회적으로 익사한 불쌍한 인생들이 뿜어내는

지독한 악취로 숨조차 쉬기 힘든 곳이 될 것이다.


하긴, 작금의 우리 사회의 모습이 딱 이런 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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