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멘탈 甲의 전형: ‘무책임 함장 테일러’)
주위에 흔히 말하는 '멘탈'이 엄청나게 강한 사람들이 있다.
남들이 뭐라 하든 쉬이 괘념치 않고 불쾌한 일을 당해도 먼지 털듯 훌훌 털어버리며
큰일이 닥쳐와도 엔간해서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술자리가 깊어져도 심각한 고민 얘기 따윈 꺼내 놓지 않고
엔간한 일들은 신기할 정도로 빨리 잊어버려 모든 것이 반대인 나로서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이런 사람들은 특유의 배짱과 허세, 그리고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낙천적인 자세로 일관하여 그러지 못하는 주위 사람들을 안달케 하고
힘들게 하는 경향이 있는데 나로서는 이 역시도 배우고 싶은 장점이다.
멘탈이 약하면 걱정, 불안, 초조, 근심으로 아무래도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은 일을 하는 것도 사실이며
리더로서는 아랫사람에게 카리스마를 발휘하기가 어려우며 무엇보다 무엇을 하든
본인 스스로 더 힘들고 더 괴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티타늄의 필적한 만한 강한 멘탈을 자랑하시는 분의 발표를 보았다.
나 같으면 일주일 전에는 미리 만들어 리허설까지 했을 한 시간 분량의 발표자료를
이 분은 당일 아침 발표 몇 시간을 앞둔 채 아주 느긋한 속도로 만들고 있었다.
어차피 머릿속에 다 있으니 자료 따위야 완성이 안 되어도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높은 사람들한테 발표하는 것도 아니니 대충해도 되지 않느냐는 배짱이었다.
한 번 발표하고 치울 거 굳이 심혈을 기울일 필요가 있나 하는 담당한 말투였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이런 작은 발표 하나하나가 다 모니터 되고
평가되면서 향후 진로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그럴 수도 있겠지.
허나 그런 것마저도 신경쓰지 않고 시원하고 편한 마음으로 사는 것이 멘탈이 강한 사람들일 것이다.
내가 이제와 그렇게 살 수 없는 것은 자명한 노릇이겠으니 부러운 마음은 금할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