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본다고 행복해지고 책을 본다고 불안이 사라지는 건 아니더라)
난 겁이 많고 걱정이 많다. 겉으론 어떻게 보일는지 모르겠지만, 항상 불안한 마음을 품고 산다.
내일, 다음 주, 다음 달, 올해 안에 해야 될 일들을 어떻게 준비하고 예상되는 문제들을 어떻게 대처하나,
일이 잘 안 되는 것은 아닐까. 실수하면 어떻게 하나. 다섯 가지 일이 있는데 무얼 먼저 해야 하나
그 사람을 만나면 무얼 말해야 하고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나 와 같은 고민이 아침부터 잠이 들 때까지,
그리고 가끔은 꿈속까지 따라와 곁을 떠나가지 않는다.
인생에서 뭐 그리 큰 실패를 맛본 적도 없고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며
직장에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외국 생활 3년이 넘도록 큰 문제 없이 지금까지 잘 지내왔다.
이런 객관적인 사실들을 참작해보면 조금은 자신감을 가져도 될 건만
웬걸 지나간 성공들은 내게 희망의 근거가 되어주진 못하는 듯하다.
생각해보면 아주 어릴 때부터 이러한 성격이었던 것 같다.
고등학생 때 신경성 위염으로 몇 년을 고생한 것도 결국은 이놈의 불안 때문이었고,
조그마할 때부터 일기장을 깨작깨작 채워온 것도 불안의 토로가 주된 동기가 아니었나 싶다.
마음을 좀 편하게 먹고 싶다. 물론 당장 다음 프로젝트를 생각하면, 6개월 뒤 1년 뒤 진로를 생각하면,
가득 찬 나이를 생각하면, 여기저기 성치 않은 몸을 생각하면,
어찌 마음이 달빛 아래 고즈넉한 호수처럼 잔잔할 수 있겠느냐만은
나보다 훨씬 어렵고 불안정하고 갑갑한 사람들도 호탕하게 웃으며 미래를 맞이하는 것을 보면
지금의 내 입장에서의 불안은 일종의 사치이자 교만함의 발로인 것도 같다.
어디, 마음 잘 다스리는 좋은 방법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