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융 관련 책을 몇 권 읽고 관련 뉴스를 보면서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이야기를 많이 접하게 되었는데
하나같이 하는 말들이 ‘쥐꼬리 만한 월급에 대출 갚고
애들 교육비까지 감당하려니 사는 게 너무 힘들다’는 거다.
그들의 어려움은 공감하지 않는 바는 아니나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그들이 풀어놓는 평균지출 내역 속에
‘통신비’라는 항목이 꽤 크게 잡혀 있다는 거다.
은행빚에 허덕이고 최저임금 수준의 낮은 수입에
외식 한 번 마음껏 하지 못하다는 사람들도
월 10만원 안팎의 돈을 ‘통신비’라는 이름으로
매월 꼬박꼬박 소비하고 있다는데 그것이 내겐 사뭇 묘하게 느껴진다.
이 통신비는 잘 알다시피 ‘핸드폰 요금’, ‘인터넷 요금’
및 ‘케이블 혹은 위성방송 요금’ 등을 말하는 것인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나 ‘핸드폰 요금’일테다.
스마트폰 하나 새로 사면서 5나 6으로 시작되는 이름의 요금제에 가입하게 되면
월에 7에서 8만 원 정도, 최신형 핸드폰을 사면 10만 원 이상 나갈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빚 때문에 그렇게나 힘들다는 사람들이 왜 이것부터 줄이지는 못하는 걸까.
데이터 필요없는 일반 핸드폰 쓰고 인터넷 전화를 이용하면 월에 2~3만 원으로도
충분히 생활할 수있고 년 100만 원 가량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텐데,
스마트폰이 주는 편리함에 익숙해져 버려서일까,
남들 앞에 주눅이 들고 싶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가뜩이나 팍팍한 삶 이것 정도는 누려야 한다고 생각해서일까.
답은 그들 개인에게 있지 않다.
이는 스마트폰 좋은 것 들고 다니지 않는 사람들을 하대하는 사회 풍조 때문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 정도는 남들만큼 따라가야 안심이 되는 유교적 악습 때문이다.
끊임없이 우리를 유혹해대는 통신사와 제조사의 힘과 교교함 때문이다.
정책적으로 국민들을 과소비로 이끌어가는 정부의 전도된 정책 때문이다.
그리함으로써 가난하기 그지 없는 고학생들도,
몇 년째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취업준비생들도,
한 푼이라도 더 싸게 저녁상을 마련하려고 마트 대신
재래시장을 누비는 사람들도, 모두들 번듯한 스마트폰 하나씩은
들고 다니게 된 것이다. 들고 다녀야 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올해는 또 얼마나 많은 스마트폰이 쏟아져나올 것이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을 바꿀 것인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한숨들이 개개인의 위장에서 토해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