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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는 산업사회의 대두로 말미암은
노동자 계급의 상대적 부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결혼을 가능한 한 늦게 하고 자식도 적게 가지는 것을 제안했다.
가질 수 있는 파이가 한정되어있는 상황에서 굳이 입을 늘려 부모도 힘들고
자식도 힘든 상태를 초래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재화를 생산할 수 있는 사람의 수가
국가의 경쟁력으로 인정받는 현대사회의 거시적 관점에서는 달가울 리 없겠지만
여전히 이 이론이 우리 개개인에게 시사하는 바는 작지 않다고 생각한다.

모두 결혼을 하라고 한다. 그것도 빨리. 모두 자식을 낳으라고 한다. 그것도 많이.  
그런데 그 때문에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까지도 힘든 삶을 영위해야 한다면
그 선택은 과연 옳은 것일까.

대한민국에서 내 나이 때의 남자 대부분은 혼자 살 경우
한 달에 200만 원 정도만 벌어도 큰 문제가 없다.
외제 차를 산다거나 해서 사치를 하거나
본인이나 가족이 심각한 병을 앓지 않는 이상 큰 어려움 없이 빚도 없이
나름 편안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매달 꼬박꼬박 저축할 수 있는 사람도
대다수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가족을 갖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문제는 시작된다.
당장 집도 마련해야 하고 애가 두 명이라면 똑같은 돈을 네 명이서 나누어 써야 한다.
아이 때문에 불필요한 차도 구매를 해야 하고
혼자라면 절대 사지 않을 어린이 동화책이나 장난감,
혼자라면 절대 가지 않을 어린이 대공원의 비용도 모두 동일한 수입에서 감당해야 한다.
당연히 남자는 궁핍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고 결혼 전 비슷한 생활을 했을 여자도 마찬가지다.
부부는 힘든 경제적 생활로 불거진 고통을 상대에게 아플 정도로 쏘아대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자신들의 요구를 다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부모에게
불만을 품을 수밖에 없다. “내 친구들 다 스마트폰 쓰는데 나는 왜 안 사줘?!”

누구나 결혼은 하고 자식은 낳아야 한다고 말한다.
허나 자식 학원비를 내기 위해 퇴근 후 대리운전을 하는 아버지나
몰래 노래방 도우미를 하는 어머니들은,
돈 때문에 매일 부부싸움이 끊이지 않는 부모들은,
결혼 전 그렇게 좋아하던 취미생활이나 삶의 여유를 돈 한 푼 더 벌기 위해,
돈 한 푼 더 모으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부모들은 과연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았어야 했을까.

난 결혼을 할 것이다. 이제서야 내 가족을 부양할만한 조금의 경제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돈도 없을 뿐더러 전망도 불투명했던 이십 대 때 결혼을 했었더라면
나 자신도 그렇고 주위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고통을 안겨주었을까?

비록 노총각은 되었을지언정 잘한 결정이라 생각하며
결혼 후에 맞닥뜨릴 경제적 문제도 부디 잘 대처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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