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어느 부서 회식에 참석했다.
넓은 마당을 가지고 있는 부서장의 집에 모여서 밤늦도록 먹고 마시고 춤추고 노래 부르는
밝디밝은 태국 사람들 속에 끼어 처음에는 어색해하다가, 어느샌가 동화되어 같이
환호하고 손뼉치곤 하다가, 말미쯤엔 항상 그러듯 머리가 꽤나 복잡해졌다.
사실 동남아 몇몇 나라에서 하는 회사 회식에 참석해보면
별 거창한 이유 없이 그냥 모여서 친구들과 놀듯 편하게 노는 모습이
높으신 분의 인사 말씀과 파도타기, 잔 돌리기와 훈계, 2차 노래방과 3차, 4차가 이어지는
(그리고 이런 흐름에 동참하지 않으면 욕을 들어먹는)
한국의 회식과는 많이도 달라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예컨대 “우리는 회사에 왜 다니는 걸까?” 와 같은 생각 말이다.
말 나온 김에 얘기 더 해보자.
우리가 회사를 다니는 목적은 무엇일까? 매출을 올리고 순이익을 올리기 위해서?
아니다. 그건 회사의 목적은 될지언정 회사를 다니는 우리의 목적은 될 수 없다.
생계를 위한 돈을 벌기 위해서? 자아실현을 위해서? 틀린 말은 아닐 테다.
그런데 저렇게 회사 사람들과 편하고 격 없이 놀고 있는 태국인들을 보고 있자니
저들은 그냥 저렇게 다른 이들과 어울리고, 교류하고, 함께 살아가고자
회사를 다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물론 그것이 유일한 이유는 아니겠지만, 하나의 중요한 이유로서 말이다.
그래서인지 이들과 오래 일하면서 점점 생각이 닮아가고 있는 나는
언제부턴가 나의 일하는 방식이 무언가가 결핍된,
일종의 기형적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있다.
‘일’은 있지만 ‘사람’은 없는, ‘동료’는 있지만 ‘친구’는 없는
무척이나 사회적이지 못한 ‘업무’, 더 나아가 ‘삶’.
동네가 떠나가라 어깨 걸고 노래 부르는 태국인들이 함박웃음을 짓는 동안,
난 씁쓸한 내 자화상을 떠올리고 있을 따름이었다.
(이날 이들은 한 자리에서 새벽 세 시까지 마시고 놀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