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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의 인생사전] 08 - 어버버

문★성 2012.12.30 20:45 조회 수 : 42


옛날에도 말은 참 빠르게 했지만 그래도 막힘없이 잘하는 편이라고는 생각했었는데
요즘 한국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내가 이렇게까지 말을 못하나 하는 생각에
가끔은 참담하기까지 하다. 아무래도 한국말을 많이 하지 않고 산 지난 3년 때문에
감이 떨어진 것 같은데 그렇다고 반대급부로 영어가 어마어마하게 는 것도 아니고 하니
이래저래 답답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조어'가 잘 안 된다는 것인데,
말을 꺼냈을 때 주어와 동사가 잘 조화가 되지 않고
적절한 단어들을 머릿속에서 빨리 끄집어내지 못해 문장을 깔끔하게 종결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그러다 보니 나 스스로도 하고 있는 말에 자신을 잃어
힘을 싣지 못하고 끝을 얼버무리기 일쑤니, 그야말로 '어버버'하고 있는 셈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

"어 지금 롯데백화점에 와 있는데, 음...... 네, 그냥, 네. 와 있어요"

"그 사람이 정치를 못한다고 하는 게 아니라, 그게, 어, 조금 그렇다는 거죠"

"내가 밥을 먹고 가면, 그렇게 되면 세 시까지는 맞겠네, 아니, 그때까지는 가겠네"

의미는 통하겠지만 무척이나 조악한 느낌, 명철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무리 내가 동남아에서 발전을 많이 이루었고 많은 책, 생각과 더불어 살았을지라도
머릿속에, 혹은 가슴 속에 있는 것을 드러내는 말이 이 모양이어서야
어찌 다른 사람들에게 내 진보를 알릴 수 있단 말인가.

짧은 시간에 고쳐질 것 같지는 않지만 해결 방안을 좀 모색해보자.
이래서는 나중에 한국 돌아오기는 더 힘들어질 게 뻔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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