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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의 인생사전] 04 - 출발선

문★성 2012.12.02 18:56 조회 수 : 36

인생은 기본적으로 불공평하다. 어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넘치도록 많은 것을 가진 덕분에
남들보다 쉽게 성공하고 죽을 때까지 여유 있고 편안하게 일생을 구가하는 데 비해
어떤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기회와 열악한 환경에 평생 힘든 삶을 살아가게 된다.
물과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가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이처럼 불행하기 짝이 없는 출발선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이며, 인도 카스트제도의 계급 중 ‘크샤트리아’(불가촉천민)로 본의 아니게 태어나
빚을 진 부모 덕에 조폭에게 팔려간 후 더 애절하게 보이기 위해 한쪽 팔, 혹은 양팔을 잘린 채
돈 받을 주머니를 목에 걸고 구걸하러 다니는 어린이들 또한 마찬가지다.
끝없는 노력, 주인의식, 재테크, 자아실현과 같은 단어들을 감히 가져다 붙이기도 어려운
그들의 삶을 앞에 두고 어찌 인생은 공평하고 모두에게 똑같은 기회가 주어졌다 말할 수 있겠는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우린 누구나 어떤 사람들보다는 앞서 있는,
그러면서 어떤 사람들보다는 뒤처져 있는 공평치 못한 출발선을 받고 태어나기 때문이니까 말이다.

문제는 현대 산업사회의 구조와 분위기가 더 유리한 환경을 가진 자가
조금 더 천천히 가게 해주면서 뒤에 쳐진 이들을 힘차게 독려해서
그 간극을 좁혀주는 것에 크게 관심이 없다는 것에 있다.
모두 자기 앞에 저만치 달려나가는 이들의 뒷모습만 보면서 이를 갈 뿐
등 뒤 진창에서 허우적거리는 인생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말이다.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들이 더 넓은 평수로, 더 좋은 학군으로 옮길 생각만 하고 있을 때,  
아직 아파트를 사지 못한 사람들이 하루바삐 전세나 월세를 떨어낼 생각만 하는 사이
허름한 지하 단칸방과 곧 용역업체에 의해 정리될 달동네 사는 사람들은
그저 답답한 오늘과 불안한 내일 사이에 낀 채 두려워할 뿐이다.

내 생각엔 법으로든 자발적으로든 가장 앞서 나가는 사람들이 잠시 멈추어
뒤를 기다려주지 않는 한 이런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들이 멈춰서야 비로소 중산층, 서민의 발걸음이 느려질 것이고
많이 뒤로 쳐진 자를 더 도와주자는 사회적 합의가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자. 곧 대통령 선거가 있다.
박근혜와 문재인은 이런 사회적 함의를 구축해낼 수 있는 사람이려나?
출발선이 느린 사람들은 더욱 더 그런 사람에게 표를 던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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