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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비슷한 분량의 두 개의 리포트를 준비해
오전과 오후 각기 다른 그룹에 하나씩 발표할 일이 있었는데
오전의 발표는 참석자들의 꽤나 긍정적이었던 반응이나
잘 먹혔던 웃음코드, 그리고 내 영어의 고질적 문제인 말꼬임이나
동어반복이 적었다는 면에서 올해 했던 수많은 발표 중 가장 좋았다라 여겨지는 반면,
오후의 발표는 모든 면에서 최악의 발표에 다름 아니었다.
웃기지도 못했고 흐름도 어색했으며 중간중간 띄워놓은 스크린을 쳐다보고
내용을 읽었을 정도로 완전히 소화를 해내지도 못했다. 물론 관객의 반응도
끓여놓은지 두 시간은 된 커피처럼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았다.

비록 하나를 망치긴 했으나 꽤나 흥미로운 결과가 아니었나 싶다.
같은 날, 동일한 컨디션에서 한 비슷한 유형의 발표 두 개가
완전히 상반된 결과에 이른 것이다. 물론 주제가 다르고 참석자가 다르긴 했으나
둘다 내가 익히 잘 아는 내용이니 그게 영향을 미쳤던 것 같진 않고
자료를 만드는데 들어간 시간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성패가 갈린 이유는 아래의 세 가지였다.

1. 오전의 자료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만들었지만
두 번째 자료는 40% 정도는 다른 팀원이 만든 것을 내가 편집해서 붙인 것이었다.
내용이나 구조, 문장에 있어서 완전한 ‘내 자료’가 아니다 보니 미리 확인은 하였으되
바지 무릎에 기워놓은 천조각처럼 완벽한 동화를 이루진 못한 것이다.

2. 자료를 만드는 시간은 동일했으나 첫 번째 발표자료는  
발표 전에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소리내어 한 번 읽어볼 여유가 있었고
두 번째 자료는 그렇지 못했다. 내 나라 말도 아닌 외국어로 하는 발표,
미리 연습해보는 것의 차이는 컸다. 아직까지 발표시 즉석에서 '조어'를 능숙히 할
영어실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비유를 하자면
아직 '즉석떡볶이'를 개시할 수준은 아니라는 거다. 미리미리 요리를 끝내놔야 한다.

3. 첫 번째 발표시에는 내가 마음껏 소리지를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지만
두 번째 발표는 주변의 분위기라든가 미팅룸의 크기 등으로 봤을 때
나답지 않고 조근조근 말해야할 분위기였다. 소리를 질러대면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필시 불편을 느낄 구조였고,
이를 의식하다보니 어울리지 않게 아주 착하고 아주 자상하게
발표를 해야했다. 난 이렇게 발표를 하면 대체적으로 아주 시원하게 말아먹는다.
내 스타일을 고수하지 못한 점, 내 장점을 살리지 못한 환경상의 실패였다.


발표를 부지기수로 많이 해야하는 업무인데 항상 3분의 1정도는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가 나왔었다. 그게 단순히 자료 준비하는 시간이라든가 그날의 내 컨디션에
따른 것인 줄 알았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좀 더 구체적인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인생엔 항상 크고 작은 실패가 있기 마련, 그걸 어떻게 살리는가가 미래에 다가올
실패의 확률과 크기를 줄여준다라고 믿는다. 드러누운 실패한 나의 등을 밟고
한 뼘 더 위로 손을 뻗치는 인생이 되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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