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츈 글로벌 500의 최하위권 기업들. 킴벌리 클락이 보인다)
모르는 사이에 어느덧 워크홀릭(일중독자)이 되어버렸다.
일을 안 하면 마음이 불안해지고 주말이고 평일 밤이고 일을 잡고 있어야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메일을 몇 시간만 확인을 못해도 안절부절 못하며
사적으로 휴가를 내기가 무척 껄끄럽게 느껴진다.
하다못해 휴식을 취하는 도중에도 마음이 편하지 못한데다가
가끔씩은 자다가도 일 생각을 하곤 한다.
처음에는 일이 워낙 많다보니 이를 따라가느라 허겁지겁 열심히 했을 뿐인데,
언젠가부터는 스스로 일에 일을 더하며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
그게 상사 때문은 아닌 것이,
내 보스는 일을 열심히 하라고 압박을 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일의 진행상황을 하나씩 체크할만큼 세세한 사람도 아니다. 그저 좋은 결과만 안겨주거나
결과가 안 나와도 사정설명만 잘하면 항상 늘 오케이를 외치는,
어찌보면 같이 일하기 아주 좋은 타입이다. (심지어 일년에 몇 번 마주치지도 않는다!)
즉 상사한테 잘 보이려고 워크홀릭이 된 건 아니라는 거다.
그렇다면 승진을 하려고? 그것도 아니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아무리 열심히 일한다고 해도 킴벌리클락의 인사시스템상 다른 업무를 맡지 않는한
더 이상의 승진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설혹 승진에 승진을 거듭한다 하더라도
위에 표에서 보여지듯이 킴벌리클락은 포츈 글로벌 500대 기업 중
겨우 494위 정도 하는, 그리 규모가 크지는 않은 기업이라
인생을 갖다받쳐서 혹은 워크홀릭이 되면서까지 위로 올라갈만한 이유가 없다.
도표에서처럼 한국 기업 중 두산이나 삼성물산, 한국가스 공사랑 매출액이 비슷한 정도라,
이왕 워크홀릭이 될 거면 좀 더 대단한 기업에 가서 하는게 나을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왜 그러는 것일까.
결국 내 자신의 심리 문제가 아닌가 싶다. 내 스스로 ‘이 정도는 해야된다’는 기준을
너무 높게 책정한 후 그것을 만족해야 마음이 안정되곤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기준을 낮춰야 한다. 100%가 아니라 80이나 90% 정도에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세 시간 일을 더해서 100%를 만들기 보단 비록 85%로 일을 마무리 하더라도
남은 세 시간을 스스로와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 돌릴 줄 아는,
모종의 '용기'가 필요하다.
내 직장에, 내 연봉에 워크홀릭이 되는 것은 그다지 남는 장사가 아니다.
이왕 워크홀릭이 될 거면 억대 연봉을 주는데서 하자고.
그렇지 않다면 마음을 편하게 먹고, 스스로를 잘 다스리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