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의 기본은 ‘기억’이라 생각한다.
상대방이 했던 이야기와 그의 주변일들을 기억해주는 것에서부터 좋은 관계는 배양된다.
내 자신에 대한 기억마저도 연하디 연해 일기와 가계부를 꼬박꼬박 쓰고
그걸 꺼내 읽어봐야만 언제 뭘 했는지 겨우 회상해낼 수 있는 나로서는
남에 대한 기억의 끈이 새로난 아기의 머리털처럼 가늘기 그지 없어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이 적잖다.
반면에 이상하리만큼 남에 대한 기억력이 좋은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누굴 만나도 쉬이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내곤 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옛날 얘기들을 죽 풀어놓으면서
“그땐 그랬지”라며 너털웃음을 짓는 것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은 활짝 열려지기 때문이다.
난 그런 면에서 참으로 약하다.
어떻게 보완해야될지도 잘 모르겠고 말이다. 메모지라도 들고 다니면서 기록을 해야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