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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하는 자전거 샴푸)

머지 않은 미래에 한국에 영구 귀국하게 되면

우선 옛날에 즐겼었던 프라모델을 최근 것으로 하나 사서 조립해 보고 싶고

축구나 야구 경기도 경기장에 직접 보러 가고 싶으며

단추가 두 개 달린 짙은 쥐색 수트에 홍창으로 된 구두를 매치하여 멋도 좀 부려 보고

녹슨 내 자전거 '샴푸'를 손본 후 반나절 정도의 짧은 여행도 다녀오고 싶다.

저녁 노을이 그리 아름답다던 석모도에서 인생의 쓸쓸함에 대해 홀로 곱씹어보고 싶으며

전국에 퍼진 친구들을 하나씩 찾아가 사는 얘기도 좀 들어보고 싶다.


허나 아마 막상 돌아가게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지금의 소망들을 깡그리 잊고, 혹은 무시하고

새로운 일에 적응하기 위해, 혹은 남들 사는만큼 따라가기 위해 정신없이 살고 있는

나를 보게 되겠지.

군대에서도 그랬잖은가. 내무반에서 소소히 채워놓은 내 버킷리스트는

제대와 동시에 어디론가 사라져 지금은 거기 뭐가 있었는지도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소중한 것을 진정 소중한 것으로 대하지 못하는 겁쟁이 인생이다.

해야되는 것들로 인해 정작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인생이다.

진실한 소망을 무채색으로 덧칠해버리고는 애써 모른체하고마는 비겁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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