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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차 주장해왔지만 한국사람들에게 있어 동남아는 꽤나 살기 편한 나라다.
후진국 특유의 답답한 시스템이나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의 행동거지 등이
불편하게 하기도 하지만 뭘하든 생활비가 한국보다 월등히 싸다는
무척이나 중요한 장점이 있다.

더불어 오늘은 다른 하나의 장점을 애기해보려고 하는데,
내가 ‘심리적 우위권’이라 부르는 특권이다.

예를 들어보자.
당신은 미국 시카고에있는 맥도날드 매장에 들어갔다. 메뉴를 살펴보다
카운터로 가서 흑인 점원에게 한국식 발음으로‘빅맥 플리즈’ 라고 주문을 했다.
그러자 점원이 알아들 수 없는 빠른 영어로 뭐라고 물어본다.
아마 세트로 할것인지, 단품으로 할 것인지, 콜라가 좋은지 스프라이트가 좋은지
여기서 드실 건지 가지고 나가실 것인지에 대한 질문 중 하나일 것이다.
명확하게 알아듣지 못한 당신은 대답하지 못하고 더듬거린다. 점원은 살짝 찌뿌린 표정으로
한 번 더 물어보지만 당신은 그동안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희한한 발음과 강세에
쉽게 반응을 할 수없다. 이쯤되니 뒤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이 느껴진다.
하는 수 없이 당신은 뭐라도 대답해야될 것 같아서 그냥 ‘오케이 오케이’만 연발하고 만다.
점원은 한심하다는 식으로 당신을 살짝 바라본 후 알아서 뭔가를 준비하기 시작한다.
기분 탓인지 그녀가 고개를 살짝 살짝 절래절래 가로로 흔들고 있는 것이 느껴지며
더불어 당신의 등에는 세로로 길게 땀줄기가 흐르고 있다.

왜일까. 바로 ‘영어’로 인해 심리적 우위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맥도날드 정도는 다 알아듣는다고? 미국 사람들과 미팅할 때는 어떤가?
미팅 후에 저녁식사자리에서는? 회식 후 펍에 가서 맥주 한 잔 할 때는 또 어떻고?
외국 살다가 온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한국식 영어 교육체계에 길들여진 당신이라면
말을 그들보다 잘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심리적 우위권을 빼앗길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허나 동남아처럼 영어를 못하는 나라에 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맥도날드에서 당신이 무슨 메뉴를 주문하고 나면 바짝 긴장하는 쪽은 당신이 아니라
점원이다. 당신이 영어를 엉망으로 했어도 그쪽 사람들은 다 자기 잘못인양
오히려 안절부절하지 못한다. 때로는 손짓발짓으로, 때로는 사진 등을 짚어가며,
때로는 그나마 영어 잘하는 매니저를 불러온다거나 하는 등
작은 소동이 벌어질 때도 있다. 당신은 그저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당신이 원하는 바를
천천히, 또박또박 되풀이해주면 된다. 완전한 심리적 우위권에 서는 것이다.
회사에서 일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둘 다 영어를 쓰는 나라 출신이 아닐 때
당신이 영어를 그네들보다 잘 하면 주도권은 당신에게 처음부터 넘어오게 되어 있다.

다른 나라를 잠시 들리는 것이 아니라 오랫 동안 거주하게 될 때, 즉 ‘살게 되었을’ 때에는
이 심리적 우위권이 아주 의미심장한 의미를 띤다. 가슴펴고 사느냐
아니면 무슨 실수나 하지 않을까 항상 긴장해야 되고 누가 말 걸 때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집중을 해야 된다는 것의 차이는 ‘산다’의 질을 결정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러니 미국도 별로고, 영국도 별로고, 호주도 별로다.
당신이 마음껏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동남아로 오시라

참, 싱가폴은 제외다. 우위권을 빼앗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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