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는 시암 파라곤, 아래는 센트럴 월드)
동남아가 워낙 더워서인지, 아니면 왠만한 유명관광지는 이미 한 번씩 가본 적이 있어서인지 요즘엔 어느 나라를 가든 주로 주말 시간을 보내는 곳은 다름 아닌 에어콘 빵빵하게 틀어주는 시원한 쇼핑몰이다. 싱가폴이야 워낙 쇼핑으로 유명하다보니말할 것도 없지만 할 것 참 없는 답답한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에도 ‘그랜드 인도네시아’와 같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백화점이 있고, 그 못지 않게 별 재미없는 베트남 호치민에도 ‘빈콩 센터’ 등이 제법 가볼만해서 외국에서의 적적함이 적잖이 위로가 되곤 했었다.
연간 방문객이 천만이 넘는다는 관광의 도시 방콕이야 당연히 이들보다 더하면 더 했지 못할 게 없는데, 몰도 여기저기 참 많기도 하지만 ‘시암 파라곤’과 ‘센트롤 월드’라는 항공모함만한 크기의 대형 백화점 두 곳이 우선 가볼만한 곳이다. 영등포 타임스퀘어보다 크고 대전 롯데 백화점이나 대구 대백프라자와 비교하자면 면적상 세 배는 더 넓다고 느껴지는데, 반나절을 다 써도 이 중 하나를 다 돌아보지 못할 정도니 그 크기가 짐작되시리라 싶다. 예컨대 센트롤 월드 같은 경우에는 센트롤 월드 본점과 ‘이세탄’ 백화점, ‘젠’ 백화점의 세 개의 몰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 한층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가면 벌써 다리가 아프기 시작할 정도. 게다가 샤넬, 루이비통 등 웬만한 외국 유명 브랜드는 다 들어와 있으니 동남아 백화점이라고 무시할 개제는 아닌 셈이다.
게다가 태국에도 5월부터 드디어 일본 캐주얼 브랜드 ‘유니클로’와 대만 샤오롱빠오 레스토랑 ‘딘타이펑’이 오픈을 하였으니, 이 두 브랜드에 열광하는 나로서는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채워졌다라 반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유니클로의 경우에는 매장을 축구장 필드만한 광활한 크기로 잡아놨고 TV광고에다가 지하철을 통채로 광고로 도배하는 등 아주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는 듯 하여, 기특한 마음에 몇 벌 사오지 않을 수 없었다.
허나 유니클로의 경우 가격이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라 그런지 축구장 처럼 넓은 그 매장에 축구팀 하나 정도의 고객들밖에 보이지 않았으며, 딘타이펑도 주말 점심시간에 대기줄이 전혀 없는 매장이 되어 있어서 좀 안쓰러웠다. 한국은 몰라도 다른 나라에 가면 30분 대기는 기본인 레스토랑이란 말이다. 이런 걸 보면 쇼핑몰은 으리으리하고 번드르르한데다가 갖은 브랜드를 다 끌어모아 구색도 완연히 갖춰놓긴 했으나 아직까지 태국 국민들의 구매력이 그걸 따라가주지 못하는게 아닐까 싶다. 3천원이면 꽤나 먹음직한 음식 먹을 수 있는 태국에서 샤오롱빠오 8개에 8천원을 부르니 손이 가지 않을 수밖에.
아무튼 이런 녀석들로 인해 태국에 지내기가 조금 더 재밌어져서 나로서는 기쁘다. 말레이시아 사람들한텐 좀 미안하지만, 거기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즐겁다. 쇼핑몰 때문이라고 하기엔 좀 유치하긴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