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점표 캡쳐)
철저한 자기 관리는 물론 본인의 강력한 의지를 기반으로 하지만
못지 않게 좋은 도구의 도움도 필요로 한다. 그냥 ‘최선을 다해야지’,
‘독하게 해야지’ 정도의 마음가짐으로만 덤빈다면 일주일도 안 돼
애써 만들어놓은 계획을 현실성없는 거라 치부하며 두 손들고 항복하기 십상이다.
지속적인 자기관리를 위해서는 본인의 의지를 뒷받침 해줄 좋은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는 소리다.
이런 생각에 지금껏 몇몇 자기관리 보조툴을개발해서 써왔었는데
프로젝트 일에 발을 담그기 전, 그러니까 2009년 중순까지 주로 쓰던 방법은
‘20분 기준 시간 배분법’ 이었다. 10분 단위로 시간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어느 일본 CEO의 책에서 힌트를 얻은 것인데 아래와 같이 엑셀을 통해
전체 여유시간을 20분씩 쪼갠 후 할 일을 미리 배분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이었다.
[오늘의 저녁 계획(예제)]
18:00 – 퇴근 후 집도착, 세면, 짐정리
18:20 – 저녁식사 간단히
18:40 – 독서 – 죄와벌 #1
19:00 – 독서 – 죄와벌 #2
19:20 – 성경 읽고 기도하기
19:40 – 일기쓰기
20:00 – 피부관리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경우엔 미리 정해놓은 시간표를 따르는데 재미를 제법 느껴
‘의지를 유지함’에 있어 꽤나 도움이 되었었는데, 2009년 후반기부터 프로젝트 베이스로
일을 하게 되니 퇴근 후에 일해야 하는 날이 부지기수로 많아졌고 항상 업무량에 비해
시간이 부치다보니 이런 식으로 관리하기가 매우 어려워져버렸다.
퇴근 후 업무 소요시간을 예측할 수 없으니 적확한 시간 배정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탓에 2010년 정도부터는 그냥 마인드맵을 통해 할 일을 정리하고 진행여부를 체크하는 정도의
가벼운 관리를 해오고 있었는데 역시나 과도한 업무, 그리고 육신의 편안함을 추구하는
못난 게으름 때문에 소중한 것에 중점을 두지 못하는 꽤나 엉성한 자기관리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이번에 말레이시아에 들어오면서 새로운 툴을 만들어봤는데
이는 아예 자기관리 정도를 매일/매주 점수화하는 방법이다. 해야될 것들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나열한 후 중요성에 맞춰 각각 가점(+)수준과 감점(-)수준을 결정한 후
엑셀 시트에 이행 여부를 체크만 하면 자동적으로 총점이 계산되게 나오게 엑셀을 짜보았는데,
이를테면 이렇게 문성닷컴에 가벼운 글을 적는 것은 +5점이 된다.
독서를 30분 이상하면 +3점, 반대로 과식을 한다거나 낮잠을 잔다거나 하는 것은 감점 요인이다.
쉽게 할 수 있는 항목들은 주어지는 가점이 크지 않고, 나름의 의지를 필요로 하는 일에는
높은 점수가 부과되기 때문에 나름의 동기부여가 가능하게끔 점수를 짜놓은 것이다.
한 보름 정도 밖에 진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평균이 어떻고,
목표치가 어떻고까지 정해지진 않았는데 이거 꽤나 재밌다. 그날그날의 성적을
바로바로 체크할 수 있고 다른 날들과도 비교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것 덕분이라고 딱 찍어 말하긴 좀 뭣하지만 지난 보름간의 삶은 이전에 비해서는
꽤나 만족스러운 편이기도 했다.
이런 것까지 만들어 쓰는 게 좀 안타까와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내 삶은 한국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이방인으로서 혼자
수 개월을 보내야 하는 텁텁한 외로움으로 둘러 쌓여 있다. 그것도 한창 좋은 시절인
삼십 대의 나이에 말이다. 허니 적어도 여기 오기 전보다 여러 면에 있어
더 좋은 사람이 되어서 떠나질 못한다면 후에 억울함에 가슴을 치면서 후회할 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렇게라도 할 수밖에.
자. 글 다 썼다. 5점 추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