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의 모스크. 호텔에서 한 3-400 미터 거리에 있다)
무슬림들은 하루에 다섯 번 알라에게 기도하게 되어 있는데
그냥 ‘하는 걸 권유한다’ 수준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된다’ 정도의 강제력이 있다.
다만 기도 시간이 딱 몇 시 몇 분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시간 허용범위가 있어
나름의 유연성은 발휘하고들 있는 것 같은데, 나같은 외국인에게 있어 문제는
기도하는 시간이 되면 근처 모스크에서 어마어마한 음량으로 방송해대는
‘기도에로의 부름(아잔)’ 이다. 대략 ‘알라는 위대하시니 얼른 예배하러 오라’라는
뜻을 담고 있는데 이게 굵은 아저씨의 목소리로 일종의 노래와 같이,
한 이십 분 가량을 정말 쩌렁쩌렁한 소리로 동네를 가득 채우며 울러 퍼진다.
내가 듣기로 이건 거의 주문 수준, 혹은 한국에서 술 좀 드신 분들이 길거리에서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것만 같다.
듣기 불편하다는 얘기다. 내가 기독교인라 알라가 위대하다는 소리가 듣기 싫다는게 아니라
단지 소리가 너무 크다는 거다. 특히 아침에는 한 다섯시 오십 분 부터 틀기 시작하는데
평일이고 주말이고 할 것 없이 마치 귀에다 대놓고 소리를 지르는 듯한 압도적인 음량에
매일 아침 신음하며 잠을 깨게 된다. 그 후 방송이 끝날 때까지 이십 분 가량은
귀마개라도 하고 싶을 지경인데, 요즘엔 일어나자마자 클래식 음악을 크게 틀어놓는다던가
무한도전을 컴퓨터 창에 띄워놓는다거나 해서 완충을 시키고 있긴 하지만
마땅치는 않은 상황이다. 평일은 그렇다치더라도 주말엔 잠 좀 재워줬으면 좋겠다.
작년에 말레이시아 살 때는 근처에 모스크가 없었서 집에 들어가 있으면
거의 들리지 않았었다. 그런데 여기는 시내 중심가라 그런지 창문 열면
딱 보이는 곳에 모스크가 있다. 피할 수 없다. 마치 옆방에서 소리를 지르는 듯
생생하게 들려온다.
여기 무슬림 친구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더니 중동에 가면 훨씬 더 크게 방송을 튼다고 한다.
하긴 여기는 중국계나 인도계가30%나 되니까 어느 정도 감안해주는 건지도.
그러고보면 중동에 출장가지 않은 것을 감사해야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것도 몇 주 더 지나면 익숙해지겠지. 어찌보면 재밌는 경험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