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서 찍은 사진. 여긴 정말 조그마한 도시다)
정확하게 2월 1일에 한국을 떠나 와서
싱가폴에 며칠, 베트남에 며칠, 다시 싱가폴에 며칠을 머물다
이번엔 말레이시아에 입성했다. 작년 7월에 떠났으니 7개월만에 돌아온 것이다.
일단 4월 중순까지는 여기 머물 예정인데, 그 이후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지난 번 말레이시아에 머물 때는 여기서도 몇 번 얘기한,
내게는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큰 저택에서 혼자 살았었는데
이번엔 시내에 있는 호텔을 잡아주어 여러 면에서 좀 더 편리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
근처에 백화점도 걸어서 갈 만한 거리에 두 개나 있으니
저녁을 사먹는다라든가 커피 한 잔 하러 나가기가 훨씬 편해진 것이다.
허나 여전히 이 도시는 지나치게 작고, 아니 그것보다도
회사에서조차 뚜렷이 보이는 중국계/무슬림계/인도계의 갈등이
여전히 마음 불편하게 한다.
생긴 게 다르고, 음식이 다르고, 말이 다르고, 생각도 다른 이들은
이를 극복하려고 하기는 커녕 이 때문에 서로를 불편해하고 같이 섞이고자 하지 않는다.
회식을 같이 하기는 커녕 회사 식당에서 밥도 같이 먹지 않는단 말이다.
말레이시아가 언젠가 싱가폴을 뛰어넘으려면 이 분열의 한계부터 극복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야 인구가 2천 5백만 밖에 되지 않는 작은 나라가 좀 더 집중해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테니까.
하긴 요즘에 우리 나라 좌파 우파 대립하는 것 보면 말레이시아 이상이긴 하다.
보수라 그러면 대뜸 '꼴통'이라 부르고 진보라 그러면 '종북'이니 '좀비'니
갖은 욕설과 함께 손가락질 하는 걸 보면 그 적대심이 얼마나 매서운지.
모든 사람들이 일관된 생각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하나의 바운더리 안에 있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영차영차 뭔가를
해내가는 게 그렇지 않은 것보단 낫잖아. 말레이시아도 이렇게 가는 것보단
세 인종이 그냥 어깨 걸고 가는게 국가에나 개인에나 더 도움이 되지 않겠느냔 말이다.
이거 너무 사회주의적 생각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