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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여긴 베트남이다. 싱가폴이 아니라. 잠깐 들렸었다)

한동안 불만이 많았었다. 외국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내 처지와
해외근무 치고는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 회사의 대우.
그리고 욕실 유리처럼 뿌옇게 흐려져 있는 진로 때문에
가끔은 회사를 향해, 가끔은 내 자신을 향해, 가끔은 특정인물들을 향해
군시렁거림이 버무려진 불만을 혼자 곱씹거나 섭섭함을 토로하기도 했었고
동료들과 합심하여 제법 기승전결이 짜여져 있는 뒷담화 토크쇼를 개최하기도 했다.  

가만 생각해보면 부끄러운 노릇이다. 나이는 자꾸 들어가는데 오히려
이십대 후반이나 삼십 대 초반에 비해 점점 더 나약해지고 비겁해지고
쪼잔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돌이켜보면 몇 년 전에는 지금보다도 더 좋지 않은 상황에 있었다.
그래도 그 때는 뭐랄까, 내가 경부선 상행선을 타고 있는지 하행선을 타고 있는지가
중요하지 그게 KTX 특석인지 무궁화호 입석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라는
뭔가 호쾌하면서도 든든한 대들보 같은 생각이 중심에 자리잡고 있었다.
비록 지금의 처지가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맞다면 기꺼이 감수할 수 있고 또 감수해야 된다는
그럴듯한 의지도 있었고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승진이나 연봉, 복지, 퇴직금, 자리 보장...
이런 것에 너무 얽매여있다. 내가 이만큼 노력을 하니 마땅한 대우를 받아야 되지 않느냐는
자만과 뻔뻔함이 허파 빵빵하게 들어차 있는 것이다. 그러니 매일 아침 저녁으로 대하는
거울 속의 내 모습이 멋져보일 리 없지. 분명 남들보기에도 그럴 것이다.

비전으로 살고 사명으로 살고 꿈으로 사는 사람과
세상의 별 것 아닌 명예와 돈에 매여 사람은 눈빛부터 다르다.
또렷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몇 년 전의 나는 훨씬 더 좋은 얼굴을 가지고 살았던 것 같다.
지금 사진 속의, 거울 속의 내가 예전보다 훨씬 푸석해보이는 것은
비단 나이가 들어서이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홀로 외로이 외국에서 살아야되는 나름 이 어려운 시기는
연봉인상이나 승진, 보너스 따위로 보상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이 기간 동안 얼마만큼 성장했는지로 보상받아야 한다.
그러니, 내가 앉아 있는 기차의 등급이 어떤 것인지에 구애받지 말고
열심히 꿈을 꾸고, 그 꿈을 좇으며 살아가도록 하자.
중요한 건 어디까지나 '최종목적지'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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