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을 맞이했다. 허나 주육일제인 인도에서 토요일은 아무 의미없다.
그저 정상 출근할 뿐이다. 아침식사는 미음으로 대충 떼웠고 점심은 굶었는데
오후 세 시쯤에 행사가 있어 삼십 분 정도 서 있자니 몸이 바람 부는 날
학교 운동장에 걸린 태극기처럼 이리저리 펄럭펄럭 나부꼈다. 회사 안에
바람이 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몸이 아파서라기 보다는 한 60시간
제대로 먹은 게 없다 보니 기력이 없어서였다. 그렇다고 속이 뒤집한 상태에서
힘을 내기 위해 진수성찬을 퍼먹을 수도 없는 노릇. 결국 안락하고 편안한
배낭여행을 위해 병원행을 결심했다.
그래도 인도 회사사람들에게 더 폐를 끼칠 수 없어 정상 퇴근할 때까지 참았다가
호텔에 돌아가서 리셉션 데스크에 도움을 요청했다. 식중독 (푸드 포이즈닝)인 것 같은데
병원 소개시켜줄 수 있느냐 하니 호텔 매니저쯤 되는 양복 입은 아저씨가 걱정말라고
좋은 병원 소개시켜줄 테니까 다녀오라고 차까지 준비해주는 거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손쉽게 치료 잘 받고 빵빠레 울러퍼지는 가운데 무사귀가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누차 말했잖은가. 인도에서는 뭣하나 쉬운 게 없다고.
매니저가 전화로 차 한대를 불렀다. 호텔이름이 문짝에 적힌 전용 차량이었다.
기사는 영어를 거의 못하는 사람이었는데, 보아하니 병원이 어딨는지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매니저는 간단히 기사에게 위치 설명을 한 뒤 내게
‘닥터 사하라 클리닉’으로 갈 거라고 했다. 별로 멀지 않은 곳이고 거기가 문을 닫은 경우
근처 큰 병원으로 기사가 태워줄 것이라고 했다. 친절한 조치에 감사를 표하며
어질어질하다 못해 반질반질해진 머리를 차창에 기댔고, 곧 차가 출발했다.
그리고는 한 십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아니, 도착했다고 기사가 손짓으로
알려주었다. 가리키는 건물을 바라보니 걸린 간판은 ‘닥터 사하라 클리닉’이 아니라
‘스파클 덴탈 클리닉’이었다. 저거 치과 아니냐라고 말했더니 기사가 저기 맞다라고,
자기는 여기서 기다릴테니 다녀오라고 한다. 어디 숨겨진 간판이 있는가보다
하는 생각과 함께 기사가 가리킨 건물로 들어갔다. 3층짜리 건물이었다.
꽤나 가파른 계단을 힘겹게 올라가니 2층에 스파클 덴탈 클리닉이 옅은 하늘색 간판을
빛내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 외에는 다른 병원이 없었다. 3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살펴보니 아무런 간판도 싸인도 보이지 않았다. 이건 아니다. 잘못되었다.
깔끔하게 결론 내리고 차로 돌아왔다.
기사는 벌써 취침모드 들어간 것 같았다. 차 문을 두드려 깨웠다.
여보쇼. 여기 치과잖은가. 그랬더니 이 인도식 콧수염을 지저분하게 기른 기사아저씨
맞다고 우기기 시작한다. 인도 사람 우기기 시작하면 답도 안 나온다. 한 두번 경험한게
아니다. 말을 딱 자르고 호텔 매니저에게 전화를 해보라고 했다. 다행히 영어로
말은 못해도 대충 알아듣기는 하는 모양이라 시키는 대로 매니저에게 전화를 하더니
막 뭐라고 시끄럽게 얘기한 다음에 갑자기 차에서 내리더니 자기를 따라 오란다.
그래 놓고는 아까 그 덴탈 클리닉 건물로 앞장서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거 보아하니 매니저한테 ‘이 사람이 병원 아니라고 우기는데요?’라고 투덜대자
매니저가 ‘그럼 니가 좀 데리고 갔다와라’ 라고 말한게 분명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그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2층에 힘겹게 올라와 보니 기사가 스파클 덴탈 클리닉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이것 봐라. 아니지 않은가’라고 몸에 거의 남아 있지 않은 힘을 빨래 짜듯 짜내며
아주 천천히, 나를 아는 사람이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느린 말투로
또박또박 일러주었다. 그랬더니 이 아저씨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더니
기어코 스파클 덴탈클리닉에 문을 열고 들어간다. 이 터무니없는 답답함에
어지러움과 속 쓰림이 빛의 속도로 증폭되었다. 하지만 인도 벌써 두 달 넘게
살아온 사람이잖은가. 인도에서 이건 뭐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니다.
3초만에 기사가 병원에서 나오더니 맞네 안 맞네 설명도 없이 그냥 따라오란다.
뭐 어쩌겠어. 따라 가야지. 호텔에서 나온지 벌써 삼십 분이 넘어갔고 해는 저물어
컴컴해졌다. 시간은 벌써 6시 40분. 이쯤 되면 대부분의 병원은 문을 닫지 않을까,
가뜩이나 토요일인데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하지만 나의 치료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 기사는 차를 몰더니 멀리 시내로 나가기 시작했다.
몸은 점점 아파오고 마음은 점점 불안해졌다.
그저 정상 출근할 뿐이다. 아침식사는 미음으로 대충 떼웠고 점심은 굶었는데
오후 세 시쯤에 행사가 있어 삼십 분 정도 서 있자니 몸이 바람 부는 날
학교 운동장에 걸린 태극기처럼 이리저리 펄럭펄럭 나부꼈다. 회사 안에
바람이 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몸이 아파서라기 보다는 한 60시간
제대로 먹은 게 없다 보니 기력이 없어서였다. 그렇다고 속이 뒤집한 상태에서
힘을 내기 위해 진수성찬을 퍼먹을 수도 없는 노릇. 결국 안락하고 편안한
배낭여행을 위해 병원행을 결심했다.
그래도 인도 회사사람들에게 더 폐를 끼칠 수 없어 정상 퇴근할 때까지 참았다가
호텔에 돌아가서 리셉션 데스크에 도움을 요청했다. 식중독 (푸드 포이즈닝)인 것 같은데
병원 소개시켜줄 수 있느냐 하니 호텔 매니저쯤 되는 양복 입은 아저씨가 걱정말라고
좋은 병원 소개시켜줄 테니까 다녀오라고 차까지 준비해주는 거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손쉽게 치료 잘 받고 빵빠레 울러퍼지는 가운데 무사귀가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누차 말했잖은가. 인도에서는 뭣하나 쉬운 게 없다고.
매니저가 전화로 차 한대를 불렀다. 호텔이름이 문짝에 적힌 전용 차량이었다.
기사는 영어를 거의 못하는 사람이었는데, 보아하니 병원이 어딨는지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매니저는 간단히 기사에게 위치 설명을 한 뒤 내게
‘닥터 사하라 클리닉’으로 갈 거라고 했다. 별로 멀지 않은 곳이고 거기가 문을 닫은 경우
근처 큰 병원으로 기사가 태워줄 것이라고 했다. 친절한 조치에 감사를 표하며
어질어질하다 못해 반질반질해진 머리를 차창에 기댔고, 곧 차가 출발했다.
그리고는 한 십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아니, 도착했다고 기사가 손짓으로
알려주었다. 가리키는 건물을 바라보니 걸린 간판은 ‘닥터 사하라 클리닉’이 아니라
‘스파클 덴탈 클리닉’이었다. 저거 치과 아니냐라고 말했더니 기사가 저기 맞다라고,
자기는 여기서 기다릴테니 다녀오라고 한다. 어디 숨겨진 간판이 있는가보다
하는 생각과 함께 기사가 가리킨 건물로 들어갔다. 3층짜리 건물이었다.
꽤나 가파른 계단을 힘겹게 올라가니 2층에 스파클 덴탈 클리닉이 옅은 하늘색 간판을
빛내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 외에는 다른 병원이 없었다. 3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살펴보니 아무런 간판도 싸인도 보이지 않았다. 이건 아니다. 잘못되었다.
깔끔하게 결론 내리고 차로 돌아왔다.
기사는 벌써 취침모드 들어간 것 같았다. 차 문을 두드려 깨웠다.
여보쇼. 여기 치과잖은가. 그랬더니 이 인도식 콧수염을 지저분하게 기른 기사아저씨
맞다고 우기기 시작한다. 인도 사람 우기기 시작하면 답도 안 나온다. 한 두번 경험한게
아니다. 말을 딱 자르고 호텔 매니저에게 전화를 해보라고 했다. 다행히 영어로
말은 못해도 대충 알아듣기는 하는 모양이라 시키는 대로 매니저에게 전화를 하더니
막 뭐라고 시끄럽게 얘기한 다음에 갑자기 차에서 내리더니 자기를 따라 오란다.
그래 놓고는 아까 그 덴탈 클리닉 건물로 앞장서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거 보아하니 매니저한테 ‘이 사람이 병원 아니라고 우기는데요?’라고 투덜대자
매니저가 ‘그럼 니가 좀 데리고 갔다와라’ 라고 말한게 분명했다.
하는 수 없이 다시 그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2층에 힘겹게 올라와 보니 기사가 스파클 덴탈 클리닉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이것 봐라. 아니지 않은가’라고 몸에 거의 남아 있지 않은 힘을 빨래 짜듯 짜내며
아주 천천히, 나를 아는 사람이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느린 말투로
또박또박 일러주었다. 그랬더니 이 아저씨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더니
기어코 스파클 덴탈클리닉에 문을 열고 들어간다. 이 터무니없는 답답함에
어지러움과 속 쓰림이 빛의 속도로 증폭되었다. 하지만 인도 벌써 두 달 넘게
살아온 사람이잖은가. 인도에서 이건 뭐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니다.
3초만에 기사가 병원에서 나오더니 맞네 안 맞네 설명도 없이 그냥 따라오란다.
뭐 어쩌겠어. 따라 가야지. 호텔에서 나온지 벌써 삼십 분이 넘어갔고 해는 저물어
컴컴해졌다. 시간은 벌써 6시 40분. 이쯤 되면 대부분의 병원은 문을 닫지 않을까,
가뜩이나 토요일인데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하지만 나의 치료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 기사는 차를 몰더니 멀리 시내로 나가기 시작했다.
몸은 점점 아파오고 마음은 점점 불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