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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의 한 커피샵에서)

배낭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이 이야기를 시작하는게 맞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단순히 배낭을 매고 가는 여행을 배낭여행으로 정의한다면
분명히 끌고 가는 캐리어도 아니고 어깨에 매는 크로스백도 아닌
엄연한 배낭식 가방을 매고 다녔으므로 이런 용어를 쓴다 한들
하등 비난 받을 구석은 없겠다 만은 그래도 우리가 통상 배낭여행이라 함은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 키 정도는 될 법한 기다랗고 커다란 가방에 냄새 나는 빨래더미와
담요를 구겨 넣고 덥수룩한 수염을 길러가며 한 달이건 두 달이건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손가락으로 꾹 누르기만해도 기다렸다는 듯이 고생의 냄새가 물씬 우러나는
나름 낭만적인 여행을 일컫는다는 것을 생각할 때 아무래도 일주일 간의 짤막한
나의 일정을 제대로 된 배낭여행이라 치부할 수 없기 때문이렷다.
하지만 이것 말고는 딱히 깔끔하게 나의 여행을 정리할만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으니,
그냥 ‘인도여행’이라 칭하자니 스타벅스를 대충 갖다 베낀 듯한 동그란 마크를
아무렇게나 붙이고 있는 싸구려 커피전문점에서 2천원 내고 마시는
뜨거운 아메리카노만큼이나 밋밋한 것이 참으로 재미가 없고, ‘인도로의 여행’ 혹은
‘인도탐방기’ 라 부르자니 이미 이곳으로 날라온 지 두 달하고도 반은 넘은 처지라
왠지 몰래 나간 소개팅에서 옛날 여자친구를 만난 것 같은 쑥스러운 타이틀이 될 것 같으며
‘인도 국내여행’이라 써 붙이자니 그럼 ‘인도 국외여행도 있다는 소리냐’라는 반론에
부딪칠 것 같으니 말이다. 이런 이유로 제대로 배낭여행을 다녀오신
진정한 여행자들에게 부끄러운 사과를 표하며, 배낭여행이라는 멋쩍은 타이틀과 함께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한다. 과연 여행 마지막 날까지의 일정을 여기에
다 풀어 쓸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하긴 뭐 상관없다. 여행이란 것도 처음부터 끝을 너무 심각하게 내다보고 시작하면
그 과정을 즐기지 못하고 집에 돌아갈 날만 바라게 되는 법.
끝이 어떻게 꼬일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첫발을 떼고 내 배낭여행만큼이나 짧을,
여행기를 쓰는 여행을 시작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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