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서 찍은 사진들...)
지난 주 회의가 있어 태국 방콕을 며칠 다녀왔다.
한국에서도 다섯시간은 비행기를 타고 가야되는 거리인데
인도에서도 네시간 반이나 걸리더라. 게다가 여기 푸네에서 뭄바이(봄베이)
국제공항까지가 차로 네시간이 또 걸리니... 오고 가는 여정이 만만치 않았더랬다.
그나저나 공항에 내리면서부터 눈쌀이 찌푸려지던 인도와는 달리
태국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체류 기간 내내 마음이 편안하고 좋았다.
예전에 넉달 넘게 머물 때는 느끼지 못했던 태국의 소중함을 인도에서의 답답함
때문에 비로소 실감했다고나 할까. 몇 가지 극명한 차이점을 들어보자면,
1. 태국에서는 일단 사람들이 예의 바르고 착하다. 합장하며 깍듯이 인사하는 사람들을
어디서나 볼 수 있으며 꽤나 상태 안 좋은 교통체증 속에서도 경적소리 한 번 듣기 힘든
신비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남에 대한 존중이 배경에 깔려 있기에 그렇다.
사람을 잡아먹을 듯 경적을 울려대며 (5초 이상 길게 눌러대는 것도 다분하다)
남의 몸에 함부로 손을 댄다던가 툭툭 치고가도 미안하다는 말 한 번 듣기 힘든
인도와는 완전히 다르다. 원래부터 그렇게 생겨먹은 탓도 있겠지만 인상쓰고 있는
사람들은 왜 그리도 많은지. 아, 글구 사람 좀 그리 느끼하게 쳐다보지 좀 말라구요!
2. 사기에 대한 부담감이 없다. 지금껏 가본 동남아 국가 중에서 택시 탈 때
부담감이 제일 적은 나라가 싱가폴, 대만 그리고 태국이인데, 앞의 두 나라는
한국만큼, 혹은 한국보다 더 잘 사는 선진국이니까 당연한 일이겠지만
태국은 조금 의외의 경우다. 다른 나라를 생각해보면 베트남은 미터 조작 택시가
정부의 묵인 하에 여전히 도로를 활보하며, 인도네시아에서는 블루버드/실버버드라
불리는 고급 택시 외에 다른 택시를 타면 낭패보기 십상이다. (블루버드로 위장한
택시도 상당히 많다) 말레이시아에서는 기사가 흥정부터 하자고 덤벼든다거나
길을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하고, 여기 인도는...... 깔끔하게 '최악'이다.
요즘엔 흥정하고 사기 당하고 하는 것이 싫어 아예 콜택시를 불러서 타고 있는데,
똑같은 콜택시를 타고, 똑같은 곳(한인교회)를 가는데 비용이 300루피, 140루피,
200루피 세 번 다 완전 다르게 나왔다. 고가의 콜택시마저도 믿을 수 없는게 인도다.
반대로 태국은 '뚝뚝'이라 불리는 세발 달린 오토바이스 닮은 탈 것의 경우만 흥정을 하면
되는데 방콕 같은 대도시에서는 이런 걸 탈 이유가 없을만큼 거리에 택시가 많고,
미터기에 찍힌 그대로 지불하면 되니까 부담이 한결 덜하다.
내릴 때마다 '캅쿤캅!' (고맙습니다)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 한국보다도 나은 듯.
3. 음식이 만만세다. 태국에 며칠 있으면서 회식으로 거의 매끼를 채웠는데
먹은 음식 종류가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각종 물고기는 기본이고
게, 새우(사이즈별로), 돼지 곱창, 돼지 껍데기, 오리고기, 조개에 삭스핀 까지 먹었고
태국요리 뿐만 아니라 중식, 일식, 양식까지도 두루 섭렵했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인도요리 뿐이다. 인도식 빵과 카레의 무한한 반복, 또 반복.
맥도날드를 가도 치킨버거랑 야채버거 밖에 없고 어마어마한 큰 백화점에 가도
한식, 일식, 양식당 구경하기가 쉽잖다. 아니, 사실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런 고로 태국에서 인도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무겁다 못해 걸을 때마다
땅을 움푹움푹 파이게 할 정도였다나?
그런데 인도 사람들은 나 태국 간다고 했더니 거기 음식 힘들지 않냐,
자기도 출장 갔을 때 음식이 안 맞아 고생 많이 했다고 걱정해주더라. 차마 그 앞에서
"내가 지금까지 출장 다닌 그 모든 나라 중에 여기서 고생이 가장 심하거덩"
이라고 말해줄 수는 없었다.
인터넷 찾아보니 태국은
'돈 쓰기는 천국, 돈 벌기는 지옥같은 나라'라고 나오던데 그말이 사실인듯,
돈을 쓰려간 나같은 직장인이나 관광객들한테 태국은 더할 나위 없이
편하고 편리한 나라다. 하지만 난,
돈을 쓰려간 나같은 직장인이나 관광객들에게 어떻게든 돈을 더 뜯어보려
정부부터 안달난 불편하고 편리하지 못한 나라에 다시금 돌아와 있다.
어쩌겠소. 적응하는 수밖에.
ㅁ 2011년, 인도 푸네에서, http://WWW.MOON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