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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실록] 09 - 인도에서의 슬럼프

문★성 2011.09.29 17:08 조회 수 : 105


외국 나와 산 게 어디 하루 이틀인가.

하지만 다른 나라 있을 때보다 기력은 떨어지고

열정은 바닥을 드러냈으며 (여기 글 올리는 주기를 보라!)

몸은 굼해지고 뜨스한 한숨이 많아졌으며

눈의 초점은 희미해지고 살도 무척이나 많이 빠지고 있다.  

원인은 다음과 같이 분석된다.


1. 주7일제에 가까운 주6일제의 압박

     토요일/일요일에 정상출근하고 목요일 하루를 대신 쉰다.

     그렇지만 여러 나라들의 프로젝트를 지원하는지라 목요일이라고 마음껏 쉴 수가

     없는 노릇이다. 이 글 쓰는 오늘도 목요일인데 점심인 지금까지 받은 메일이

     수십 개고 보스 아저씨는 좀 있다 전화로 미팅하잰다. 그러고보면

     이 아저씨 일하는 목요일에 나는 일해야 되고, 이 아저씨 쉬는 주말에도

     나는 일해야 된다. 휴식이 없는 삶이 사람을 얼마나 빨리 지치게 만드는지

     이번에 실감했다. 정말 몇 주 안 가서 '대번에' 숨을 헐떡이고 있는 나를 본 것이다.  


2. 돼지고기/소고기, 한국음식 구경 못하는 음식의 제한성

     롯데마트 같은 대형몰을 가도 돼지고기나 소고기로 된 식료품은 전혀 구경할 수 없고
  
     한국식당은 물론이고 일식당 중식당도 구경하기 힘들며

     지금까지 어느 나라를 가도 흔히 볼 수 있었던 신라면이나 스팸 마저도

     볼 수 없는 이 꽉막힌 폐쇄성이 사람을 힘들게 한다.

     회사에서 점심으로 나오는 카레와 인도식 빵은 맛이 나쁘지 않으나 매일매일

     그게 그거인 매한가지 메뉴일 뿐이라 먹는 기쁨 따위 잊은지 오래고

     저녁메뉴로 카레를 또 먹을 순 없는 노릇이기에 할 수 없이 냉동식품 같은

     요리를 먹거나 설탕 듬뿍 들어간 빵조각으로 끼니를 떼울 수밖에 없으니

     육체적/감정적 기력이 쇠하는 것은 당연한 노릇인 거다.

     다행히 금번 한국에서 꽤나 많은 양의 한국음식을 공수해왔기에 이제부터는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3. 힘을 빠지게 하는 사람들

     오해하지 마시길. 절대 인종차별하는 것 아니라 개인적 느낌을 말하는 거다.

     다른 동남아 사람들과 달리 인도 사람들은 그저 바라보고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많이 소모된다. 일단 몇몇이 내는 암내의 강도가 정말 대단하다.

     퀘퀘하다는 느낌이 아니라 따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극적이고 진한 냄새라

     이들과 가까이서 일을 할 땐 입으로 숨을 쉬어야 한다.

     그리고 인도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얘기하는 것 부터가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의 눈 크다는 여자들을 가볍게 능가하는 깊은 쌍커풀과 어마어마하게 큰 눈.

     껌뻑껌뻑하는 그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대화를 나누자니 몇 분 안 되어

     온몸의 진이 빠지는 기분이다. 게다가 영어도 상대적으로 알아듣기 힘들다보니

     미팅 한 번 하고 나오면 스포츠 경기 하나 뛴 것처럼 피로가 역력하다.  



나만 이런가? 어딜가도 꽤나 적응 잘하는 타입이라 자부했는데

인도는 처음 들어온 날부터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랑 맞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 프로젝트는 한참이나 남았으니 결국 내가 적응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쉽지 않은 길이다. 이 또한 긴 발치로 보면 인생에 도움 되는 시기리라 믿고 있지만 말이다.



ㅁ 2011년, 인도 푸네에서, http://WWW.MOON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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